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는 세 갈래 길(Trevia)이 합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트레비 분수에 가면 전 세계 동전을 모두 볼 수 있다. 분수를 뒤로 한 채 오른손에 동전을 들고 왼쪽 어깨 너머로 1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2번 던지면 연인과의 소원을 이루고, 3번을 던지면 힘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장면도 이곳을 한층 낭만적인 장소로 기억하게 한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유럽여행 22일 차, 2023년 2월 5일.
어제 숙소를 기준으로 동남쪽 관광지를 둘러보고, 오늘은 서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작은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큰 아이도 어제 무리를 했더니 다시 컨디션이 안 좋았다. 코로나 때문에 최근 2~3년 동안 활동량이 거의 없었던 아이들이 7개국 20여 도시를 돌아다녔으니 아플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어제 저녁에 사 온 먹거리로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아이들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아프고, 우리 부부도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마음도 무겁고 여행의 끝 여정에서 조금 힘들고 지친 상태였다. 그렇다고 당장 집으로 갈 수 없으니 우리 부부라도 계획한 대로 다니기로 했다.
아이들은 한국에서 가지고 온 감기몸살 약이 있어서 약을 먹고 쉬면 괜찮아지겠지. 아이들도 각자 방 하나씩 차지하고 개인 시간을 가지고, 우리 부부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22일 동안 24시간 계속 붙여 다녔는데, 하루 정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했다. 큰 아이 친구들과 작은 친구들이 “네 식구가 계속 붙어 있는 게 말이 되냐?” 하며 대단하고 말했다고 하는데, 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들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스페인광장은 로마 시내에서 가장 활기차고 화려한 지역으로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7세기에 이곳에 스페인 대사관이 있었던 데에서 광장의 이름이 유래되었다. 특히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배경으로 나온 스페인 계단 주변이 유명하다.[사진=배태훈]
이런 생각으로 다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리의 행선지인 스페인 광장을 향해 걸었다.
스페인 광장으로 가기 전에 만난 트리토네(트레비) 분수를 고복, 일자로 쭉 뻗은 길을 작은 물병 하나를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스페인 광장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계단에 앉아 젤라토를 먹는 명장면 때 문에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스페인 광장에 있는 스페인 계단 꼭대기였다. 계단 아래 로 바르카차 분수가 보였다.
계단과 광장에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가득했다. 오드리 헵번처럼 계단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법으로 스페인 계단에 앉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
한달간의 유럽 여행기간 우리와 함께 걸어다녔던 신발.[사진=배태훈]
음식을 먹고 마시는 것도 안 되고, 여행 가방을 끄는 것도 벌금을 내야 한 다. 곳곳에 경찰들도 보였다.
아내가 다리가 아파서 앉으려고 했는데, 어디선가 경찰이 호각을 부는 소리가 들었다. 벌금 때문에 앉지는 못하지만, 계단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서 스페인 광장으로 내려왔다.
광장에 있는 분수와 계단을 배경으로 다시 사진을 찍고, 광장 앞으로 쭉 뻗은 길을 따라 이동했다. 날씨도 좋고, 휴일이라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다음 행선지인 판테온으로 가는데, 명품샵들이 가득하고,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너무 못 춰서 아내랑 웃었다. 이 정도 실력인데, 길거리 공연을 하는구나! 아니면 우리가 수준 높은 k-댄스에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가 생각했다.
한 곳이 끝나고 다른 팀이 나왔는데, K-팝이다. 노랫소리를 듣고 잔뜩 기대했는데, 역시나 잘 못 춘다. 판테온 신전. 여기도 인산인해다.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현지인들까지 어디로 가야 할지 순간 멍해졌다.
게다가 여긴 가게마다 자릿세를 내야 하니 사람들 이 죄다 음식을 들고 광장과 분수대, 계단에 앉아 먹고 마시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땐 낭만적 이었는데. 가까이 가서 겪어보니 냄새에 쓰레기에 부스러기 먹으러 온 비둘기 떼까지. 너무 지저분하다.
판테온신전.판테온은 그리스어의 '모든 신들'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말이다.[사진=배태훈]
판테온 신전에서 사진 몇 장을 남기고 그곳을 벗어나 빠져나와 나보나 광장으로 향했다. 얼마나 많이 걸었는데, 배가 고픈 우리는 가성비 좋은 티본스테이크 가게를 검색해서 방문했다.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라고, 보이는 것보다 질긴 고기에 칼질도 힘들고 씹기는 더 힘들어서 다 먹지도 못 하고 나왔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음식을 남기지 않았는데, 로마에 와서 두 번이나 남기고 가네.”
아무리 생각해도, 로마랑 우리 가족은 맞지 않나 보다. 그래도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다시 힘을 내서 걸었다.
나보나광장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광장이다. 테베레강과 코르소 거리 사이에 위치해있다. 이 광장의 역사는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배태훈]
유럽에 와서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모르겠다. 나보나 광장에 도착하니, 여기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광장 주변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식사하고 차를 마시는 사람들과 비둘 기 떼가 함께하고 있었다. 광장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고, 다음 행선지인 산탄 젤로성으로 향했다.
테베레 강 건너편에서도 보이는 산탄젤로성은 다른 성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원통 모양의 건축물인 이곳은 원래 로마시대에 무덤이었고, 로마가 멸망한 후에는 교황청의 성곽 겸 요새로 사용되었고, 지금은 군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보나 광장에서 산탄젤로성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면서 테베레 강에 흐리는 강물과 강바람을 느끼며 유럽 여행과 삶의 여정, 계획 등 여러 이야기를 아내와 나눴다.
결혼 20주년이 되는 해, 긴 세월만큼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함께한 우리를 칭찬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훌쩍 자랐고, 그만큼 우리는 늙음을 인정했다.
산탄젤로성과 천사의 다리.산탄젤로성은 로마에 있는 원통 모양의 건축물로 원래는 로마 제국의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세운 무덤이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는 로마 교황청의 성곽 겸 요새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군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서 3막에 여주인공이 뛰어내리는 성벽의 배경도 바로 이 산탄젤로성이다.[사진=배태훈]
산탄젤로성을 바라보고 한참을 앉았던 우리는 산탄젤로성 바로 앞에 있는 성 천사의 다리를 향했다.
주변의 다른 다리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다리를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다리와 산탄젤로성을 보았다. 화려하고 웅장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 서둘러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숙소로 향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힘들지만, 힘을 내어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저녁거리와 간식을 사들고 숙소에 도착했는데, 이산가족상봉을 하듯 격한 반응에 한바탕 웃었다.
하루 쉰 덕분에 아들이 컨디션이 좋아졌다. 저녁시간에 오늘 있었던 일을 수다스럽게 이야기 하고, 유럽 여행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