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셉션은 국제행사나 회의 또는 국경일과 같은 계기에 열리는 친교행사다. 가급적 여러 사람을 만나 인적 네트워킹을 넓힌다.[사진=정기종]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리셉션은 국제행사나 회의 또는 국경일과 같은 계기에 열리는 친교행사다.

말 그대로 손님을 맞는 행사로 의자가 없는 넓은 홀 안에서 자리를 이동하면서 대화하게 된다. 적절한 음악연주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초면인 사람들과는 우선 자기소개를 하고 대화를 나누지만 한 사람과만 오래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심각한 주제나 중요한 이야기라면 리셉션장은 적정한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급적 여러 사람을 만나 인적 네트워킹을 넓히면 좋다.

리셉션에서는 과음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지나가면서 권하는 웨이터들의 접시에 담긴 와인이나 리커를 사양하지 않고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취할 수가 있다.

실제로 술이 귀한 이슬람 국가에서 열린 리셉션에서는 모처럼 과음을 했던 손님이 풀장에 빠지는 일도 벌어졌다.

외교활동 중에 리셉션은 빠질 수 없는 행사다. 초청자로서건 참석자로서건 리셉션은 빈번하게 생긴다.

가장 중요한 국경일 리셉션으로부터 시작해 각료나 왕족의 방문 리셉션 등 나라마다 기념일과 축하 행사가 있으니 거의 연중 쉼없이 외교가의 리셉션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국가나 지역별로 리셉션이나 만찬 시간은 차이가 있다. 중동에서는 저녁 식사를 늦게 하는 습관 때문에 밤 10시가 넘어서야 음식이 제공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약간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참석하게 된다. 배가 고프게 되면 행사장에서 음식을 탐식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카나페 정도의 가벼운 음식이 제공되지만 일부 국가는 리셉션에서 풍성하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기도 한다.

사교적 분위기니 만큼 리셉션에서는 심각한 주제를 과도하게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동서 간의 냉전이 격렬했던 시기에 어느 국가에서 열린 리셉션에서는 진영이 다른 대사들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기야는 언성을 높이고 충돌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리셉션의 대화법대로 칵테일 잔을 들고 2시간 정도 천천히 움직여 다니다 보면 즐거움도 있지만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 만약 내성적인 성격이거나 대인 접촉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외교관은 국가를 대표하고 자국의 정책에 대한 목적의식이 분명한 직업군이다. 대화 중에 국익에 관한 주제가 나오면 보이지 않는 국경선이 생긴다. 음악이 흐르고 간간이 웃음소리도 터져 나오지만 리셉션은 부드럽고도 딱딱하며 흥겹고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