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수도 사나. 기원전 1000년 경부터 도시가 세워졌다. 고대 사바 왕국부터 중세의 자이디 이맘국, 북예멘, 현대 예멘까지 천년 가까이 수도 지위를 누리고 있다. 시내에는 점토로 만든 벽돌 구조의 건물이 있고 아랍 문화가 남아 있다. 사나는 전통적인 이슬람 도시이며 시내에는 이슬람 대학이나 모스크가 많이 있다.[사진=정기종]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예멘에는 고지대가 많아 커피 또는 카트(Qat, 커피와 유사한 기호작물) 농장이 많다.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로 알려진 예멘의 모카커피는 풍부한 향의 깊고 신맛을 품고 있어서 애호층이 많다. 수도 사나는 해발고도 23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 탑승객은 하강하는 느낌을 크게 받지 않는다.

기원전 1000년경에는 시바 여왕(Queen of Sheba)이 예멘과 에티오피아 지역을 통치했다. 당시에 시바 왕국은 '비옥한 아라비아' (Arabia Felix)로 불릴 정도로 번영을 구가했다.

솔로몬왕의 지혜를 구하기 위해 시바 여왕이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1984년 이스라엘 정부는 내전으로 위험상태에 있는 에티오피아 내 유대인 8000여 명을 이스라엘로 구출하기 위해 '모세 작전'을 실행해 이스라엘로 데려갔다.

예멘은 아라비아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홍해 건너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는 폭 40km 정도의 밥 엘 만뎁 해협이 있다. 아랍어로 '탄식(ElMandeb)의 문(Bab)'이라는 뜻이다.

이 해협을 지나 먼 바다로 나가던 선원들의 눈물 어린 한숨 때문이라고 전한다.

해협은 연중 계속되는 폭염과 높은 습도의 기후로 유명하다. 해협 중앙쯤에는 8k㎡ 정도 크기의 페림 섬이 있어서 수로를 둘로 나누고 있다.

예멘은 페림 섬이 자국 영토이기 때문에 해협에도 12마일 영해 적용을 주장하면서 통과하는 외국 선박들을 위협하고 있다.

밥 엘 만뎁 해협은 중동 전쟁의 발발로 인해 다시 부각되었다.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은 가자의 상황이 악화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후티 반군은 이란과 연대해 2023년 10월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박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해협을 통과하던 선박 중 2척이 침몰하고 100척 이상의 선박이 파손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을 260회 이상 폭격했다.

1986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도시로 등재될 정도로 예멘의 수도 사나는 독특한 형태와 색감을 가진 고대 전통가옥을 천 년 이상 보존해왔다.

지금도 도시 한 가운데 건축된 수십미터 높이의 고대 고층 가옥은 시내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커피숍 전망대로 단장되어 방문객들을 감탄하게 한다.

예멘의 내전이 종식되고 중동정세가 안정된다면 모카커피의 수출이 활발해질 것이다. 예멘의 경제와 관광산업도 발전하고 세계 주요 도시에는 시바 여왕의 이름을 붙인 커피숍이 개업해 성황을 이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