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사탑. 이탈리아 서부 토스카나주의 피사에 있는 피사 대성당의 종루(鐘樓)로,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하다. 탑의 형태가 보는 사람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특이한 모습이다. 피사의 사탑을 설계할때 한쪽 땅이 물렁해서 기울었는데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더 이상 기울어 지지 않게되었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유럽여행 19일 차, 2023년 2월 2일.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오전 9시쯤 피렌체 기차역으로 향했다. 오늘은 피사 여행이 있는 날이다. 피렌체역에서 기차를 타고 드넓은 포도밭을 지나 약 1시간 30분 후에 피사역에 도착했다.
피사역에서 표지판을 따라 조금 걷다 보니 저 멀리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피사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피사의 사탑이 보였다.
합성사진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입구부터 각양각색의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재미있는 포즈를 잡고 사진 찍기에 열심이었다.
날은 좋고 하늘이 예뻐서 그런지 다들 즐거워 보였다. 우리도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작품 사진을 찍었다.
피사의사탑. 성당 세례당.[사진=배태훈]
피사의 사탑 인근의 잔디광장.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사진=배태훈]
우리는 사진을 찍다가 모두 깜짝 놀랐다. 며칠 전에 베네치아 부라노 섬에서 혼자 여행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을 만났는데, 우리에게 사진을 부탁해서 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고 여행을 잘하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어제 피렌체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멀리서 혼자 사진을 찍고 있는 그 대학생을 봤다.
가족들 모두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여행 코스가 겹치나 보다 하면서 신기하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 피사에서 또 혼자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여러 포즈를 취하며 찍고 있는 그 대학생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가족 모두 세 번이나 이렇게 보는 게 너무 신기했다.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진찍기가 인기다.[사진=배태훈]
그렇게 수십 분의 시간이 흐르고 피사의 사탑을 오르기 위해서 티켓박스로 갔더니 1인당 20 유로였다. 입장료가 너무 비싸고, 또 전망대까지 오를 생각을 하니 다리가 아플 거 같아서 아이들만 올라가기로 했다.
아이들이 전망대에 오르는 사이에 우리 부부는 아래에서 또다시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작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나 사탑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피사의 사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피사의 사탑은 원래 건물을 짓던 중에 지면 한쪽이 가라앉아서 공사를 멈췄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시 한쪽 지면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그대로 200년에 걸쳐 지어진 탑이라고 한다.
작은 아이는 잘못 지은 건물을 다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쌓아 올려 이렇게 많은 돈을 벌다니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아마 우리나라였으면, 분명히 철거하고 다시 지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비용은 더 들어갔을 것이고, 지금처럼 유명해지지도 못했을 것이다.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진찍기가 인기다.[사진=배태훈]
유럽 사람들은 참 비효율적으로 사는 것 같은데, 또 그 덕에 얻는 것이 더 큰 것 같기도 한 것 같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라는 책 제목처럼 지금 당장은 엉뚱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결정들이 후에 어떤 큰 의미를 가져다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24일이라는 긴 일정으로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비행기로, 버스로, 기차로 큰 캐리어에 배낭을 둘러메고 돌아다니는 이 일이 경제적으로 보나 효율적으로 보나 엉뚱하고 무모해 보일지라도 미래의 우리에겐 또 어떤 의미가 되어줄지 모르는 일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피사의 사탑과 피사의 대성당, 그리고 산 조반디 세례당까지 둘러보고 피렌체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가 떠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들리는가 싶더니 고등학생쯤 되는 아이들이 수십 명이 기차 안으로 들었다.
그리고 기차가 떠나도록 쉬지 않고 떠들기 시작했다. 기차 한쪽 구석에는 선생님처럼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그들 틈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뭐가 좋은지 쉬지 않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짜증이 나면서도 젊음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차가 출발하고 30분 정도 지난 후에 어떤 역에 도착을 했고, 조용히 앉아있던 선생님이 갑자기 아이들에게 내리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자 우당탕탕 수십 명이 소리를 지르며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조용해진 기차 안에는 정적만 흘렸다. 창밖을 보니 다른 기차로 환승하기 위해서 수십 명의 아이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에 기차는 다시 출발하고 피렌체 역에 도착했다. 큰 아이가 어제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작은아이와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아내와 함께 노을이 지는 강변을 산책하며 긴 여행의 여정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저녁으로 먹을 컵라면과 햇반, 종갓집 김치를 사서 두오모 광장의 야경을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