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비 분수.트레비 분수 로마에 있는 분수이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니콜라 살비에 의해 지어졌다. 높이는 26.3m, 너비는 49.15m이다. 로마에 있는 바로크 양식의 분수 중 가장 큰 규모다. '로마의 휴일'과 같은 영화에도 다수 출연하며 로마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유럽여행 20일 차, 2023년 2월 3일.

오늘은 드디어 긴 여행의 종착지인 로마로 향하는 날이다.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고 각 자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피렌체 역으로 향했다.

캐리어를 끌고 인도로 다니기에는 너무나 불편했다. 새로 구입한 캐리어가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작은아이는 조심조심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 출발 시간은 오전 9시 28분이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몇 분 지나자 창문으로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아내와 이번 여행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마지막 여행지인 로마에서도 좋은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로마 떼르미네 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기차를 탈 때 짐을 보관하는 곳의 출입문과는 거의 끝자리에 앉은 우리는 방송을 듣고 짐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갔다.

기차의 종착지가 로마 역이 아니라 나폴리 역이었기에 짐을 찾고 내리기에 시간이 부족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각자의 짐을 찾고 잠시 기다리자 로마 역에 도착했다.

로마 역에 내린 우리 가족은 먼저 숙소를 찾았다. 기차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기에 짐을 맡기고 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길이 너무 엉망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에 길이 울퉁불퉁했고, 곳곳에 인도가 파여 구멍이 나 있었다.

5분 정도 걸린다는 거리를 10분 이상 캐리어를 끌면서 숙소에 도착했더니 기진맥진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로마 투어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큰 아이가 숙소 로비에서 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큰아이는 호텔에 남고, 아내와 작은아이와 함께 호텔 주변에서 가까운 트레비 분수를 가기로 했다.

호텔을 나와 잠시 거리를 걷는데, 로마는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고 할 만큼 곳곳에 책이나 영상으로 봤던 곳들이 있었다.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퀴리날레 궁. 교황들과 이탈리아 국왕들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는 이탈리아 대통령의 공식 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로마의 일곱 언덕 가운데 가장 높은 퀴리날레 언덕 위에 세워져 있다.[사진=배태훈]


트레비 분수까지 걸어가는 길에 산탄드레아 알귀리날레 성당, 현법재판소, 이탈리아 대통령이 살고 있는 퀴리날레 궁전을 지났다. 그리고 좁은 골목길을 몇 번 돌다 보니, 갑자기 트레비 분수가 나타났다.

현실감 없이 나타난 트레비 분수에 감탄사를 날렸다. 웅장하고 화려한 조각물이 한가운데 자리 잡은 분수 옆으로 건물들이 들어선 것이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분수 바로 앞에 있는 젤라토 가게가 보였다.

트레비분수 앞에서 먹는 젤라토 아이스크림. 국내에서도 한 제과업체가 제휴해 판매하고 있다.[사진=배태훈]


1일 1 젤라토를 먹어야 한다면서 달달한 젤라토 하나씩 사들고 분수대 계단에 앉아서 분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있었다. 물소리와 내리쬐는 햇빛을 만끽하며 고등학생이 되는 작은아이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트레비 분수 옆에 있는 성 빈센트와 아나스타시우스 성당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종소리가 들려서 함께 성당 안으로 들어가 뒤쪽에서 예배드리는 모습을 잠시 보고 나왔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골목 시장에서 과일을 사가지고 왔다. 큰아이를 만나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으로 피자, 파스타, 피시 앤 칩스를 주문 했다.

아! 그런데 음식이 전체적으로 짜고, 잡내가 난다. 가격은 비싼데. 피자는 딱딱하고 가 장 비쌌던 해산물 파스타에서는 비린 냄새 때문에 거의 남기고 나왔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음식을 남긴 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체크인을 하는데, 도시세를 내라고 한다. 유럽여행하면서 처음 내는 도시세! 자릿세에 도시세까지. ‘도시세를 걷는데 도시관리를 제대로 하는 거 맞아!’ 우리 가족은 로마의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3박 4일을 로마에서 보내야 하는데, 내일부터는 좋은 일들이 많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저녁은 한국 식료품 가게에서 사 온 컵라면과 햇반으로 가성비 좋게 해결하고 내일을 위해 푹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