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 튀르키예의 저력, 갈리폴리

" 단합된 사기는 시너지 효과 만들어"

정기종 승인 2025.01.16 07:00 의견 0
제1차 세계대전 최대 상륙작전인 튀르키예 갈리폴리에 세워진 기념석탑. 매년 4월이면 전몰자 추도식이 열린다​​.튀르키예군 지휘관 무스타파 케말은 병사들에게 “나는 제군들에게 공격을 명령하는 것이 아니다. 죽어 줄 것을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튀르키예는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했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1916년 1월 9일 제1차 세계대전 최대 상륙작전인 갈리폴리 원정이 끝났다.

연합국과 튀르키예 양측에 수십 만 명의 희생자를 남기고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ANZAC) 연합군을 태운 군함이 튀르키예 땅을 떠났다.

동아시아의 초원에서 시작된 튀르키예는 1453년 비잔틴제국을 멸망시켰다. 그리고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 걸치는 대제국을 건설해 근 500년을 지배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로 튀르키예는 국가 존망의 위기를 맞았다. 연합군 부대가 수도 이스탄불에서 280km 떨어진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한 것이다.

1915년 4월 25일부터 약 8개월에 걸쳐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 연합군의 상륙작전이 전개되었다. 국토를 동서양으로 나누어 둘로 가른 지중해의 보스포루스 해협이 위협을 받게 되었다.

전투에 앞서 튀르키예군 지휘관 무스타파 케말은 병사들에게 “나는 제군들에게 공격을 명령하는 것이 아니다. 죽어 줄 것을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용장 밑에 약졸이 없다는 말대로 튀르키예군은 이 전투에서 승리해 조국을 위기에서 구했다.

단합된 사기는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 줄다리기할 때 전원이 호흡을 맞추는 것이나 출렁다리에서 동시에 발을 구를 때 생기는 힘의 상승작용과 같다. 구성원들의 마음이 합쳐서 나타나는 결과다.

잔물결이 모이면 큰 파도의 위력을 내고 작은 바람도 합치면 거대한 나비효과를 만들어 낸다.

갈리폴리 원정에서 호주는 8700여명의 병사들을 잃었고 뉴질랜드는 2700여 명을 그리고 영국은 2만1 000여명, 프랑스는 1만8000여명을 잃었다.

그리고 이들 연합군을 상대로 싸운 튀르키예군도 8만6000여명이 전사했다. 부상자도 연합군 25만 명, 튀르키예군 20만 명이나 되었다.

전쟁터에서 쓰러진 병사들이 흘린 붉은 핏물에 비친 밤하늘의 초승달과 별을 그린 튀르키예 국기가 유명해진 것도 이즈음이다.

당시 전쟁터였던 갈리폴리에는 매년 4월이면 전몰자 추도식이 열린다. 이 자리에는 기념 석탑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는 “먼 나라로 아들을 떠나보냈던 어머니들이여. 눈물을 그치십시오. 당신의 아들들은 이제 우리의 품속에 평안히 누워있습니다. 이생을 끝내고 이제 그들은 우리의 아들들이기도 합니다”라는 평화를 기원하는 카말의 연설이 새겨져 있다.

지중해와 흑해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은 튀르키예 해운 당국의 통제를 받는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튀르키예는 오스만제국의 후예답게 자신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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