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르코 대성당.산 마르코 대성당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있다. 829년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르코(Saint Mark)의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건립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은 비잔틴(Byzantine)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유럽여행 17일 차, 2023년 1월 31일. 어젯밤 가방을 잃어버린 사건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온 우리는 밤새 꿀잠을 잤다.

오늘은 베네치아 본섬을 둘러보고 피렌체로 가는 날이다. 패키지여행이었다면 새벽부터 바삐 움직였겠지만, 우리는 자유여행이니 우리 마음대로 가도 되기에 조금 여유를 부렸다.

오전 10시 30분에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 짐을 맡겨둔 뒤 어제 산 24시간 대중교통 티켓으로 버스를 타고 다시 본섬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작은아이가 뭔가를 찾더니 이야기했다.

“어? 저 아이패드 가방에 챙기지 않고 호텔방에 놓고 온 거 같아요.” 이 말에 또다시 멘붕이 찾아왔지만, 어제의 경험 때문이었는지 바로 정신을 차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작은아이가 아이패드를 챙기는 모습을 본 거 같았다. “백팩에 잘 챙겼을 거야! 혹시 모르니까, 호텔에 전화해서 아이패드가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호텔 연락처를 찾아서 프런트에 전화했다

“헬로~ 방금 전에 호텔 체크 아웃한 사람인데, 619호실에 아이패드가 있는지 찾아봐 줄 수 있어요? 아이패드를 챙기지 않은 거 같아요.” “오케이! 아직 청소 전인데, 확인해 볼 테니 20분 후에 다시 전해주세요.”

좀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작은아이의 백팩에 잘 챙겼을 것이라 믿고 본섬으로 계속 이동했다. 블로그를 통해서 찾은 브런치 맛집으로 행하고 식당의 시그니쳐인 메뉴들을 주문하고 다시 호텔에 전화했다.

“우리가 확인해 보니, 아이패드는 없습니다. 아마도 가방에 넣은 거 같습니다. 그런데 침대 위에서 버즈를 찾았습니다. 이건 어떻게 할까요?” “땡큐~ 버즈는 내 가방에 넣어주세요.” 버즈는 잃어버린 줄도 몰랐는데, 아이패드 때문에 버즈를 찾게 됐다.

아내가 말하기를 아이패드는 분명히 백팩에 있을 거란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아이들 방을 체크했을 때 침대 위에 아이패드가 있는 걸 보지 못했다고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확실히 작은아이가 아이패드를 챙기는 모습을 본 거 같았다.

그렇게 아이패드와 버즈는 마무리하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인증샷도 남기고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디저트가 있다면서 작은 잔에 리몬첼로 4잔을 준비해 주셨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이 나는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고 식당을 나선 우리는 본격적으로 본섬을 투어 하기로 했다.

그런데 식당 웨이터가 뒤쪽에서 우리를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손님! 선글라스 놓고 가셨어요!” “네?” 웨이터 손에 큰아이 선글라스가 들려 있었다. 디저트로 준 리몬첼로를 마신다고 잠깐 테이블에 선글라스를 놓고 그냥 나온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선글라스를 건네받았다. 이탈리아에 가면 소매치기를 조심하고, 항상 소지품을 가슴 안에 지니고 다니라고 했는데, 여기 베네치아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세 번이나 찾는 일이 일어났다.

내 백팩, 작은아이 버즈, 큰아이 선글라스. 아내는 자신만 물건을 안 잃어버렸다면서 배씨네는 안 되겠다고 놀렸다.

아들들이 어제 아빠가 가방을 잃어버려서 민망할까 봐 차례로 잃어버린 걸까?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의 대운하(Canal Grande)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모습의 보행자 전용 아치교이다.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사진=배태훈]


한참을 웃고 다시 시작된 본섬 투어. 수상버스를 타고 리알토 다리로 갔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답게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리알토 다리 위로 가는 길은 많은 사람들로 험난했다.

베네치아 곤돌라. 11세기부터 운행되어온 베네치아의 명물이다. 슬림한 선체와 평평한 바닥으로 좁고 얕은 운하를 지나기에 적당하다. 뱃머리가 아주 약간 왼쪽으로 꺾여 있는데, 이것은 노 젓는 힘을 줄이고 곤돌라가 뱅뱅 도는 것을 방지해준다. 1562년에는 부유함을 과시하기 위해 모든 곤돌라를 검은색으로 칠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특별한 날이면 곤돌라를 꽃으로 장식하곤 했다. [사진=배태훈]


그래도 그 사이를 삐집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 다리에서 내려와 베네치아의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난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코레르 박물관.산 마르코 광장의 프로쿠라티에 누오베 2~3층에 자리해 있다. 베네치아의 예술과 역사에 관한 전시가 이뤄진다. 상설전 이외에도 다양한 기획전이 열린다.[사진=배태훈]


커다란 광장, 성당, 광전, 박물관이 있는 이곳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대왕갈매기들과 비둘기 떼였다.

광장에 있는 노천카페에서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서 날아다니는 새들, 그리고 카페 테이블을 이동하면서 먹을거리를 쪼아대는 새들, 그러다 와인 잔도 깨트리고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놀라지도 않는다. 당연하다는 듯 손으로 휘졌고, 웨이터는 깨진 와인 잔을 치운다.

그리고 우리에게 돌진하는 새들 때문에 놀라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산마르코 광장에 왔으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기념사진을 찍고 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다시 리알토 다리 근처로 와서 주변에 있는 백화점을 구경하고 실내카페에서 커피와 이탈리아의 맛, 젤라또도 먹었다.

그런데 카페 손님이 드나드는 틈을 타서 가게 안까지 들어오는 비둘기들. 손님들이 흘린 부스러기를 열심히 쪼아 먹는다. 그런데 여기도 역시 가게 주인도, 직원도, 손님도 그 누구도 놀라거나 쫓아낼 생각이 없다. 우리만 비둘기들을 쳐다보고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다시 베네치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니, 피렌체로 갈 기차시간이 되어 갔다. 짐을 맡겨둔 호텔에 오자마자 아이패드를 확인하니, 작은 아이 백팩에 잘 있었다. 피렌체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