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리 부다페스트 공항. 부다페스트 도심에서 남동쪽으로 16km 떨어진 곳에 있다. 본래 명칭은 부다페스트 페리헤기 국제공항이었으나, 헝가리의 대표적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리스트 페렌츠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1년에 현재의 명칭인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국제공항으로 변경했다.[사진=배태훈]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16일 차, 2023년 1월 30일. 오늘은 헝가리를 떠나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가는 날이다. 유럽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 기차나 버스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비행기를 타고 갈 예정이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다. 볼트 벤을 불러서 공항까지 가려고 했는데, 벤이 잡히지 않는다. 짐이 많아서 벤을 타야 했다. 몇 번의 시도를 했지만, 비행기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승용차 두 대를 불렀다. 한 대 당 4만 원 정도였다.
아내와 큰아들이 함께 타고, 나와 작은아들이 함께 탔다. 택시를 타자마자 택시기사가 요금을 더 주면 빨리 갈 수 있다고 했다.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 괜찮다고 대답했다. 숙소에서 공항까지 대략 1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출발과 동시에 나란히 선 택시, 운전사들끼리 뭐라고 이야기 하더니 갑자기 레이싱을 하는 게 아닌가. 아마도 서로 아는 사이였던 거 같은데, 공항까지 누가 빨리 가는지 시합을 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 택시들, 내비게이션에서 1시간 달렸다. 택시들의 노력(?) 덕분에 공항에 일찍 도착한 우리는 느긋하게 티켓팅을 하고, 짐도 부치고 대한민국 여권의 힘으로 보안검색대로 빠르게 통과했다.
너무 빨리 진행되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버렸다. 느긋하게 아침도 먹고, 면세점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들도 샀다.
헝거리 부다페스트에서 이탈리아 트레비소 공항으로 가는 라이언에어.아일랜드 기반의 유럽 대표 초저비용 항공사(Ultra low-cost carrier)다. 승객 수송 규모로 유럽 1위 항공사이다. 게다가 탑승률도 전체 노선 평균 93%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안전관리 하나만큼은 철저해서 창사 이래로 사망사고 기준 무사고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사진=배태훈]
그렇게 시간 지연 없이 이탈리아 트레비소 공항으로 가는 라이언에어에 탑승했다.
10시 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였는데, 출발한다는 기장의 방송을 한 후에 비행기가 움직이지 않았다. 비행기 앞쪽에서 승무원과 승객들이 이야기를 하더니, 승무원 한 명이 갑자기 닫았던 비행기 문을 열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승객 한 명이 나간다고 했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문 쪽에서 기장과 구급대원이 들어왔다.
‘응급상황인가 보다.’ 구급대원이 승객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언어가 안 통하는지 주변 승객 중에 한 명이 통역을 해줬다.
헝거리 부다페스트 공항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가느 비행기 안에서 출발 직전 응급상황이 발생했다.[사진=배태훈]
그리고 얼마 후에, 구급대원은 비행기 밖으로 나가고 다시 기장의 방송이 나온 후에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 20분 정도 지연이 됐다. 이만하면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떠오른 비행기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3-3 좌석의 작은 비행기라 그런지, 이륙할 때나 비행 중에도 흔들렸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 정도였다. 이탈리아 트레비소 공항에 도착한 후 짐을 찾으러 온 우리 가족은 깜짝 놀랐다.
블로그를 보니, 트레비소 공항이 작아서 이런저런 불편한 점들이 있다는 평이 많았는데, 우리 짐이 제일 먼저 나왔다. 작은 비행기라서 탑승객이 많지 않았지만, 나오는 짐들도 별로 없었다. 나라 간의 이동이었는데, 다들 작은 기내용 가방을 이용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짐도 빨리 찾고, 입국 하는 것도 프리패스로 빠르게 나왔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베네치아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곧바로 티켓을 구매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유럽에서 이런 빠름이라니!"
이탈리아 베네치아 날씨는 체코나 헝가리보다 햇살이 따뜻하고 포근했다. 쨍한 날씨가 너무 반갑고 기분을 좋게 했다. 옆자리에 앉은 낯선 관광객과 한참을 이야기했다.
가족과 함께 유럽을 여행 중이고 이탈리아가 마지막 여행국이라는 말과 함께 버스 안에서 가족들을 소개했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버스나 지하철, 기차를 타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표를 사고, 환승을 하고, 숙소나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가족이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여행을 하는 동안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서로 마음 상한 일도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함께했다는 것이 대견했다.
자유여행을 하면서 우리 가족은 많이 걸어 다녔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걷는 것을 힘들어했다. 특히 큰 캐리어를 하나씩 가지고 이동할 때는 더 힘들어했다.
여행의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아내와 나는 조금 뒤처지게 되고, 아이들이 앞서 걷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그 간격이 조금 멀어질 때면, 아이들이 기다려주고 때로는 잠깐씩 쉬면서 조금 느리지만 함께 했다.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 공동체 내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보조를 맞춰주면서 가는 것이 힘듦을 알 것이다.
그래서 느린 걸음에 발을 맞춰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런 작은 행동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이 느껴지니 고맙고 소중한 여행이다.
베네치아에서 묵을 숙소.이탈리아 베네치아 지역에서 버스와 배, 기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24시간 이용권을 구입했다.[사진=배태훈]
버스가 시내에 도착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던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아 짐을 맡기고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오후에 베네치아 곳곳을 여행하기로 계획해서 든든히 먹고 가기로 결정하고 중식 맛집을 찾아갔다. 해물볶음우동, 마파두부, 새우볶음밥, 매운 오리 요리를 주문해서 배불리 먹고, 새로운 곳에서의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이 지역의 교통카드 구입부터다. 베네치아 지역에서 버스와 배, 기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24시간 이용권을 구입하기로 하고 표를 파는 곳을 찾아 나섰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온 곳에서 “우리는 4명이고, 24시간 패스카드를 사고 싶다”라고 영어로 말했다. 우리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한참을 이야기하고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권을 보여줬더니 손사래를 치면서 얼굴이 빨개진다.
그때 옆에 있던 여직원이 영어로 “4명이 맞느냐?” 하고 물어봤다. “그래, 우리는 4명이라고 했다. 아까도 그렇게 말했는데, 왜 그러냐?” 그랬더니, 아까 여권을 달라고 한 게 아니라 4명 이냐고 물어본 거란다.
옆에 있던 여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우리에게 이야기했던 직원이 이탈리아어로 말한 게 아니라 영어로 이야기한 거였다. 4 persons을 ‘포 페르소나’로 말했는데, 그걸 우리는 ‘패스포트’로 알아들은 거였다.
우리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탈리아식 영어를 알아듣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여직원 말을 듣고 서로 어이없어하면서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힘들게 ‘바포레토’라는 24시간 프리패스 이용권을 구매하는데 성공하고 본격적으로 베네치아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