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 라빈 총리가 노벨평화상 연설에 동행한 시인

"국가의 지도자 손에 운명 달려"

정기종 승인 2024.12.05 08:00 의견 0

1994년 12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 야세르 아라파트 그리고 이스라엘 외무장관 시몬 페레스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왼쪽부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아라파트, 이스라엘 외무장관 페레스, 이스라엘 라빈 총리.[사진=정기종]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1994년 12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 야세르 아라파트 그리고 이스라엘 외무장관 시몬 페레스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93년 9월 오슬로협정 체결로 중동평화를 진전시킨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라빈은 이 자리에 이스라엘 시인 예후다 아미카이를 동반했다.

라빈의 수상식 연설에는 평화의 이상을 추구하면서 전쟁에 대응해야 하는 국가지도자의 고민이 나타나 있다. 연설은 젊은 시절의 꿈과 현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라빈은 대부분 젊은이가 수학의 비밀과 성경의 신비를 풀기 위해 씨름하고 있을 나이에 그리고 첫사랑을 꽃피울 16살에 자신은 그 대신에 총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몰자 묘지의 비석들과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면서 아군과 적군 모든 전사자와 가족들에게 경례한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국가의 전쟁에서 전사자와 부상자들에게도 경의를 표하면서 노벨평화상은 그들의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어디에선가 태어나고 자신들의 운명은 출생한 국가의 지도자 손에 달려 있으며 이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와 인종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에는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와 관념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성경 '신명기'에 나오는 “그러므로 너희는 삼가 너희 자신에게 조심하라.”라는 말로 현대적 용어로 말한다면 ‘삶의 신성함’이 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라빈은 전쟁으로 인해 우리는 아직도 시민들과 병사들의 삶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 있는 군사묘지들은 인간의 삶에 대해 실패한 국가지도자들의 침묵의 증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인간의 삶을 성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기와 요새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외교라고 하면서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인사인 샬롬(평화)의 기도로 연설을 마쳤다.

라빈은 수상식에 동행한 이스라엘 시인 예후다 아미카이의 '신은 유치원생들에게 자비를 베푸신다'라는 시를 인용해 전쟁의 참상을 전했다.

“신은 유치원생들에게 자비를 베푸신다 / 학교 학생들에게는 조금 덜하게

/ 그리고 그들의 어른들에게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을 것이다 / 그들을 그들 자신에게 그대로 내버려 두시고 / 그리고 가끔 그들은 타오르는 사막을 지나 / 네발로 벌벌 기어야만 할 것이다 / 사상자 집결소에 도착하기 위해 / 피를 흘리면서”

라빈은 중동에서 수십 년 동안 신의 자비는 없었다고 하면서 과거의 기억 중에 ‘희망’을 소환했다. 이것이 전쟁과 평화 그리고 기쁨과 슬픔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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