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아프리카의 첫인상
피부색과 관계없이 사람은 모두가 비슷하다
정기종
승인
2024.11.07 07:30
의견
0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첫인상은 항상 낯설고 조심스럽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량하고 호의적인 사람들이 많은 곳인지 또는 폭력적이거나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는 곳인지 그 사회와 환경을 몰라 갖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 나라나 사람들에 대한 소문이나 영화에서 본 지식도 상당 부분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나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성은 거의 같다. 서로 다른 점들 대부분은 현지에서 생활해 가면서 알게 되고 그에 걸맞게 응대하면서 지내면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다.
좋게 대접을 하면 좋은 응답이 되돌아오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리고 외교활동은 이런 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로가 동질감이 있고 지향하는 지점이 같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는 우리와는 다르게 생긴 모습으로 주눅이 들었다.
아프리카의 내륙 국가들에는 투박한 얼굴과 검은 피부에 강인한 근육을 가진 건장한 사람들이 있다. 큰 눈과 코의 이목구비가 평상시에 한국에서 보던 주변 인물들과 다른 이질감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함께 일하거나 시간을 갖고 대화하다 보면 이런 감정은 사라지고 인종과 피부색과 관계없이 사람은 모두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발족한 유네스코 헌장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서로의 풍습과 생활에 대한 무지는 인류 역사를 통하여 세계 국민들 사이에 의혹과 불신을 초래한 공통적인 원인이며 이 의혹과 불신으로 인한 그들의 불일치가 너무나 자주 전쟁을 일으켰다. 이제 막 끝난 무서운 전쟁은 인간의 존엄과 평등 그리고 상호존중이라는 민주주의 국제 원리를 부인하고 이러한 원리 대신에 무지와 편견을 통하여 인간과 인종에 대한 불평등이라는 교의를 퍼뜨림으로써 일어날 수 있었던 전쟁이었다. 문화의 광범위한 보급과 정의, 자유, 평화를 위한 인류의 교육은 인간의 존엄에 불가결한 것이다. 또한, 모든 국민이 상호 원조와 상호 관심의 정신으로써 완수하여야 할 신성한 의무다.“
아프리카 여행 중에 비행기 옆 좌석에 앉은 에티오피아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은 오래 남았다.
겉모습은 한국인들과 달랐지만 대화 속의 주제와 식견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티오피아의 오래된 역사문화와 고유 언어에 대한 긍지와 설명을 듣고 자기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아프리카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같은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전통 문화예술 그리고 목공예품의 아름다움은 국내에서도 아프리카 문화원에 가보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더 활발히 소개되고 자주 접할 기회가 있으면 서로에게 유익할 것이다.
동국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외교안보전공, 성공회대 국제문화연구학과를 졸업했다. 외교부 입부 후 카이로 대학과 American Univ. in Cairo에서 수학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일본, 아랍에미리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근무했다. 주 카타르 대사로 퇴임했다.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과 카타르 국왕훈장(Sash of Merit)를 수여 받았다. 저술로는 '석유전쟁', '외교관 아빠가 들려주는 외교이야기', '마하나임'이 있다. '중동냉전과 나세르의 적극적 중립주의'등 논문도 다수 있다. 현재 한국외교협회 회원이다.
나눔경제뉴스
정기종
.
정기종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