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한국인의 입맛과 위장의 세계화

"톡특한 현지 전통 음식 즐길 줄 알아야"

정기종 승인 2024.12.19 08:00 의견 0
아랍민족은 양 한 마리를 요리해 커다란 쟁반 위에 올려놓고 주변에 둘러앉아 나눠 먹는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해외에 살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하나는 음식이다.

의식주가 생활의 3요소가 되는 것처럼 기본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어디에서나 활력 있게 일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에게 한국 음식은 체력유지뿐 아니라 생기를 주는 보약과 같다.

현재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한국 식품점이 없는 곳이 거의 없고 한식당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까지도 한국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들이 많았다. 아프리카나 중동 그리고 중남미와 같은 지역에서는 더욱 그랬다.

쌀이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는 쌀을 구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극단적인 사회주의 경제를 표방해 배급표로 식료품을 구매하는 나라에서는 쌀 대신 다른 곡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도 있었다. 아기 분유를 구하기 어려워 곤란을 겪기도 했다.

중동에서 가장 먼저 만난 어려움은 더위도 문화도 아닌 음식이었다. 사막 지역의 전통 음식은 우리 음식과는 다른 풍미를 담고 있다.

양고기를 통째로 삶거나 찌는 요리법은 처음에는 느끼하다는 느낌이 든다. 향신료를 사용해 맛을 내기는 하지만 처음 접하는 향신료가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생활해 가면서 차츰 익숙해 지지만 처음에는 초대받아 가는 식사 자리에서 음식과 음료수 때문에 곤란할 때가 생긴다. 그 중에도 양 젖으로 삶은 국수와 같은 음식을 먹던 기억은 오래 남았다.

아랍민족은 양 한 마리를 요리해 커다란 쟁반 위에 올려놓고 주변에 둘러앉아 나눠 먹는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마당 잔치를 하면서 정겹게 나눠 먹던 풍습과 비슷하다.

양고기 중에는 손님에게만 대접한다는 귀한 부위들이 있다. 뇌라던가 눈 또는 다른 특정 부위다.

마치 두부처럼 물컹한 양의 뇌를 대접받을 때는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먹게 된다. 양의 눈이나 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 찌개나 탕을 여러 사람이 자신의 수저를 사용해 떠먹는 것이 위생문제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아랍의 전통 음식 역시도 최근에는 각자가 따로 먹을 수 있도록 나뉘어 접시에 담겨 대접하는 방식이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였던 말은 국제화일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영어 교육을 필수화하는 것과 같이 여러 가지 국제화 방안이 나왔다. 우리나라에 혁신적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기로 가족만 빼고는 모두 바꾸자는 말도 있었다.

‘한솥밥을 먹는 사이’라는 말은 서로간의 관계의 밀접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해외에서 일하다 보면 외국어와 현지 정보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고유음식에 적응할 수 있는 위장과 입맛의 국제화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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