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국민성의 선입견과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강대국, 약소국 민족의 장점은 은폐하고 약점만 부각
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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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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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인간의 기본적 성향은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국가 정책이나 사회 분위기 또는 지리적 환경과 같은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도하게 평가 기준이 되고 절대시 되면 오리엔탈리즘으로 불리는 선입견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햇볕이 잘 쬐는 남부 유럽과 비가 자주 오거나 햇빛이 귀한 북부 유럽 간에는 일상생활의 사회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 각각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새로운 풍물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여행자의 단편적인 기억이 주는 착각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떤 나라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은 단기 여행자이고 오래 살수록 쓰기를 주저하게 된다는 말도 있다.
외국에 장기간 체류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호감이나 혐오감으로 완전히 나누어지기도 한다. 민족성이나 국민성이 존재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는 외교에서 고려할 사항의 하나로 국민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중요한 외교 사례들을 들면서 주요국 국민들의 특징을 설명했다.
영국의 저명한 외교관으로 외교계의 고전인 '외교론'을 쓴 해럴드 니컬슨은 유럽 국가들의 국민성에 따른 외교 스타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우수한 외교관으로 프랑스 외교관을 들고 오랜 전통과 이상적인 외교관의 모델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외교관의 경우에는 외교 정책은 적에 대항해 동맹국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동맹국이나 적성국의 선택에 있어서 변화를 주는 형태라고 했다.
외교전략이 명료한 목적의 논리적 귀결에 기초를 두기보다 기회주의적이며 끊임없는 책략에 바탕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평가는 일면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억측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약소국가의 경우에는 이같은 프레임에 매이지 않도록 국가 이미지 관리에 유의 할 필요가 있다.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문화예술에도 반영되어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지면서 잘못된 인식이 국제사회에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1978년 '오리엔탈리즘'을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민족성과 국민성에 관한 왜곡된 선입견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강대국이 약소국 민족의 장점은 은폐하고 약점만을 부각한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해 문화인류학의 고전이 되었다.
동국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외교안보전공, 성공회대 국제문화연구학과를 졸업했다. 외교부 입부 후 카이로 대학과 American Univ. in Cairo에서 수학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일본, 아랍에미리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근무했다. 주 카타르 대사로 퇴임했다.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과 카타르 국왕훈장(Sash of Merit)를 수여 받았다. 저술로는 '석유전쟁', '외교관 아빠가 들려주는 외교이야기', '마하나임'이 있다. '중동냉전과 나세르의 적극적 중립주의'등 논문도 다수 있다. 현재 한국외교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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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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