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58)태교를 옛날에도 했을까?

배태훈 승인 2021.03.25 06:35 의견 0
[배태훈의 행복이야기]태교를 옛날에도 했을까?( 58)


옛날에 가문이 좋은 여우와 천한 집안에 태어난 여우가 길에서 만났다고 한다. 가문이 좋은 여우가 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우에게 자신의 가문 자랑을 했다. 그러자 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여우가 이렇게 대답했다.

“너의 모습은 보지 않고 너의 가문만 자랑하는 것을 보니, 너의 가문은 너로 끝이 나겠군. 하지만 우리 집안은 나로부터 시작할 것이라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사람들은 가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문(家門)은 가족이나 가까운 일가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말한다. 가문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했다.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에는 그가 속한 가문을 보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기도 했다. 훌륭한 가문, 전통이 있는 가문에 속한 사람은 그것으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좋은 가문을 이루기 위해서 가문마다 수많은 노력들을 행했다. 그 노력들로 빛을 보는 것들은 가문의 전통으로 남아 후세에만 전해졌다. 오늘 그중에서 태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태교(胎敎)는 임신부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하여 마음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삼가는 일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여자에게 한정되어 있지 않고, 부모 모두 해당한다.

옛날부터 태교나 육아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들이 있었다. 태교와 육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 전한시대 유향(劉向)의 '열녀전'이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본격적인 태교연구서인 '태교신기(胎敎新記)'가 사주당 이씨(師朱堂李氏)에 의해 저술되었다.

이밖에 해평 윤씨가 지은 '규범'이나 정몽주의 어머니인 이씨 부인의 '태중훈문'에 태교에 관한 문구들이 나온다.

'태교신기'는 사주당 이씨가 정조 24년인 1800년에 아기를 가진 여자들을 위하여 한문으로 글을 짓고, 아들인 유희(柳僖)가 음의(音義)와 언해를 붙여 1801년, 순조 1년에 이루어진 책이다.

옛날부터 태교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가진 이유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어도, 임신했을 때 어떻게 생활했느냐에 따라서 아이가 태어나고 자랄 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열녀전’이 태교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이런 문구가 있다.

“아이를 가졌을 때 옆으로 잠자지 말며, 한쪽에 앉지 말며, 텁텁한 음식을 입에 대지 말며, 바르게 끓인 것이 아니면 먹지 말며, 바르지 않은 자리에 앉지 말며, 눈으로 옳지 않은 빛을 보지 말며, 귀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말며, 밤이면 소경으로 하여금 시를 외게 하여 이를 듣고 항상 바른 일을 말하라. 이렇게 하여 아이를 낳으면 얼굴과 모양이 단정하고 재주가 뛰어나다.”

대단하다. 아이를 낳으면 얼굴과 모양이 단정하고 재주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예부터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엄청 컸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태교들이 담긴 책들에서 중요한 태교를 소개한다. 임산을 했을 때 삼가야 할 행동, 근신해야 할 일, 먹어서는 안 될 음식 등이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보면, 굉장히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삼가야 할 행동으로 남을 꾸짖거나 타인을 헐뜯는 일, 근신해야 할 일로는 왼쪽에 있는 것을 오른손으로 집거나 오른쪽에 있는 것을 왼손으로 집는 것이다.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은 더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태교에 관한 책이 기록된 것은 1800년이다. 아마 오래전부터 어머니에서 어머니에게 전해져 내려왔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적 태교가 미신적 요소들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훌륭한 아이를 태어나게 하기 위하여 임신부는 물론 주위 사람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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