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억울함이나 모욕에 대한 적대적 반응으로, 격정(激情) 또는 불쾌감의 극단적 형태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며칠 동안 분노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 분노라는 감정이 단순한 ‘화’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갈등을 드러내는 창임을 깨달았습니다.

분노는 억울함이나 모욕에 대한 적대적 반응으로, 격정(激情) 또는 불쾌감의 극단적 형태입니다.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잔잔할 때는 스스로도 그 깊이를 잊고 생활하지만, 일단 밀려오면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것이 분노입니다.

이런 분노는 크게 두 가지 얼굴을 지닙니다. 먼저, ‘객관적 분노’입니다. 객관적 분노는 다른 말로 ‘정의를 위한 불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 분노는 사회적 합의 아래 도덕적 기준이 무너졌을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부당한 차별이나 권력의 남용을 목격한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을 넘어 ‘공정함’에 대한 분노를 느낍니 다.

역사는 이런 분노가 변화의 동력이 된 순간들로 가득합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은 귀족의 특권에 분노한 민중이 일으킨 것이었고, 20세기 인권 운동은 인종 차별에 대한 집단적 분노에 서 태어났습니다.

객관적 분노는 명료합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며, 오히려 함께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합리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객관적 분노도 함정이 있습니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타인을 배제하거나, 분노 자체 를 정당화하는 폭력으로 흐르기 쉽다는 점입니다. 분노는 촛불처럼 빛을 내지만, 동시에 그 열기로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주관적 분노’입니다. 주관적 분노는 ‘내면의 폭풍을 해독하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 다. 주관적 분노는 나만의 기준이 훼손되었을 때 타오릅니다.

주관적 분노는 대부분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됩니다. 길거리에서 어깨를 부딪힌 낯선 사람, 약속을 잊은 친구, 가족의 무심코 던진 한마디 등입니다.

이런 순간들의 화는 외부에서 보면 과장되거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감정의 단층선”이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 쌓인 상처나 좌절이 마음속에 균열을 만들고, 사소한 자극 하나로 그 균열이 갈라지며 분노가 폭발하는 것입니다.

주관적 분노의 위험성은 즉각성에 있습니다. 뇌의 편도체가 반응하는 속도는 0.1초 미만입니 다. 이 순간 이성은 꺼지고, 본능이 앞섭니다. 상담 사례 중 한 남성은 아내가 식사를 차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탁을 뒤엎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배고픔보다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화를 키웠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주관적 분노는 과거의 상처가 현재를 점령하는 순간입니다.

책의 저자는 상담가로 분노조절이 되지 않은 사람들과의 상담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열하면서 어떻게 주관적인 분노를 잘 다스리며 분노를 긍정적인 방법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이야기합니 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분노의 원인을 잘 파악하고, 순간의 화로 인해 오는 부정적인 상황 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리를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분노의 초점을 해결하 기 위해 긍정적인 선택과 함께 건설적인 행동을 실천하라고 합니다. 좋은 이야기입니다. 이론은 아름답지만, 막상 내 안에 일어나는 분노를 다스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수없이 실패합니다. 많은 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내 안에 일어나는 분노를 인정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각자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분노를 인정하라. 그 자체가 첫 번째 치료다.” 저는 그 방법이 바로 산책과 잠입니다.

화가 날 때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그러다 보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분노의 원인을 찾게 되고 그리 화를 낼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자기반성을 하고 돌아옵니다.

또 잠을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풀립니다. 뇌는 수면 중 감정을 재가공한다고 합니다.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일어난 분노가 잠을 통해 재가공 되기 때문에 기분이 풀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분노 조절은 선형적 발전이 아닙니다. 좋은 날도 있고, 실패하는 날도 있습니다.

가끔씩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가족들 앞에서 화를 내는 경우들이 있지만,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