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눔경제뉴스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김다은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게재한다. 김다은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직장을 관두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닌다.[편집자주]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안네의 집’ 방문이었다. 하지만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다던 온라인 티켓 예매도 미리 한국에서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안네의 집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호텔에서 고작 500m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 심지어 내 손에 티켓까지 떡하니 쥐어져 있는데 특별히 안 갈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호텔 체크아웃을 하기 전, ‘안네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우리는 예매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편이었지만 이미 입구에는 우리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 시간이 되자 이곳을 관리하는 직원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관람객의 입장을 허용했다. 실제로 안네 프랑크가 살았던 곳을 그대로 보존하여 공개하는 만큼 전시실 출입은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안네의집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안네의집 앞에 있는 안내문 [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안네와 그녀의 가족들이 숨죽여 살았던 곳, 우리는 역사의 현장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비교적 마른 체격인 나조차도 쉽게 오르기 힘든 좁고 가파른 통로와 계단, 발걸음을 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마룻바닥, 책장에 가려진 비밀의 문, 창문 하나 없는 숨겨진 작은 공간들….
두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숨 막혔을 그때의 상황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져 마음 한구석이 먹먹했다. 가족 외에 오로지 기댈 것이라곤 연필과 일기장뿐이었을 그녀의 짧은 인생. 2년에 가까운 은둔생활이 훗날 ‘안네의 일기’라는 책으로 엮여 세계 역사의 한 단편을 알리게 되는 커다란 사건이 될 줄 그녀는 알았을까? 감옥과도 같았을, 아니 어쩌면 감옥보다 더했을 그녀의 숨 막히는 생활상을 그저 호텔과 가까우니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온 것이 왠지 미안했다.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안네의 집’을 나왔다.
“우리 마지막으로 한 바퀴만 더 돌고 호텔로 돌아갈까?”
아쉬운 마음에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기 전, ‘정말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번 더 걷기로 했다. 이번엔 호텔에서 안네의 집으로 걸어왔던 길 대신, 다른 방향으로 빙 돌아서 가기로 했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아직 열지 않은 상점 쇼윈도를 구경하는 것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로 다른 건물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모든 순간을 사진으로 다 담아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셀 수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아쉬운 만큼 우리는 계속 주변을 걷고, 또 걸었다.
아쉬움에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예쁜 안경도 찍었다. [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안녕 암스테르담 다음에 또 만나! [사진촬영=김다은작가]
그동안 “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의 연재를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멀리 여행 가는 것이 힘들게 된 지금, 화면을 통해서라도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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