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여행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 (16) 없으면 없는 대로 즐기는 여행

김다은 승인 2020.06.14 07:00 의견 0

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눔경제뉴스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김다은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게재한다. 김다은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직장을 관두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닌다.[편집자주]

우리는 다시 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다. 처음 도착했던 날에 비하면 조금 나은 편이었지만 여전히 중앙역은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역을 겨우 빠져나와 곧장 암스테르담 시내에 박물관이 몰려있는 ‘박물관 지구’로 향했다.

 

Museumplein앞 ‘I amsterdam’(지금은 Museumplein에서 볼 수 없지만, 스키폴공항에 오리지널 보다는 작지만 축소판 ‘I amsterdam’이 설치되 있다.)[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앞에 놓인 유명한 ‘I amsterdam’ 조형물(조형물은 2018년 12월 8일에 철거 되었다. 하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다. 스키폴공항에 오리지널 보다는 작지만 축소판 ‘I amsterdam’이 있으니 공항에서 기념 촬영할 것을 권한다.)은 이미 사람들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았다.

사진으로 많이 접했던 곳에 사람들이 가득 있으니,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유명 관광지의 이상과 현실’이라는 제목의 글이 생각났다.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할 때 꿈꾸는 ‘이상적인 풍경’과 실제 여행지에서 겪는 ‘현실적인 풍경’을 서로 사진으로 대조해가며 비교해놓은 글이었다.

예를 들면, 누구나 파리의 에펠탑 앞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도시락을 꺼내 먹으며 여유롭게 에펠탑을 바라보는 이상적인 풍경을 꿈꾸지만, 실제로는 전부 그런 사람들로 빼곡히 채워진 잔디밭에 겨우 다리를 모으고 앉아 에펠탑은커녕 옆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여행의 현실, 뭐 그런 것이다.

내가 본 사진에 이곳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에 못지않은 비교 샷이 되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저긴 어떻게 올라간 거지?”

여기는 어떻게 올라갔지 대단하다!!![사진촬영=김다은작가]


계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그 거대한 알파벳 위에 잘도 올라가 잔뜩 신난 표정으로 연신 포즈를 취해가며 인증샷을 남기고 있었다. 역동적으로 사진을 찍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올라가 있는 것처럼 아찔했다.

조형물 앞으로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에서도 어떤 이들은 셀카를, 어떤 이들은 삼각대까지 펼쳐놓으며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저들처럼 셀카 행렬에 동참하고 싶었다. 남편과 나, 둘 다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데 겨우 휴대폰 셀카로 만족할 순 없지. 기왕 찍는 거 화질 좋은 카메라로 남기고 싶었다. 잔디밭에 앉아 가방을 삼각대 삼아 뷰파인더 속 구도를 맞췄다.

 

Museumplein Park[사진촬영=김다은작가]


 

Museumplein Park 옆에 있는 반 고흐 박물관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사진촬영=김다은작가]


 

Museumplein 주인공은 나야 나[사진촬영=김다은작가]


평소대로라면 이 많은 사람의 시선을 일일이 신경 쓰느라(실제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굉장히 어색해 할 텐데, 이상하게 이 순간만큼은 주변 사람들 시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카메라를 타이머로 맞춰놓고 제시간에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연신 숨 가쁘게 뛰어와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는 내내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여행지에서 가장 크게 웃고 신났던 순간이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상황에 맞는 방법은 언제나 어떻게든 생기게 마련이니까. 삼각대도, 카메라 리모컨도 없었지만 우리는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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