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여행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 (14) 델프트의 예쁜 브런치 카페, kek

김다은 승인 2020.05.29 16:20 의견 0

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눔경제뉴스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김다은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게재한다. 김다은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직장을 관두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닌다.[편집자주]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델프트로 가기위해 대기 중. [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델프트에 도착했다. 화창한 날씨를 기대했지만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에 비가 그쳤는지 길은 온통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하지만 비 온 뒤의 모든 풍경은 명도와 채도가 높아져 더욱 선명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드디어 델프트에 도착.[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아기자기하고 이쁜 델프트~ 미리 검색해 둔 카페를 찾아 고고!![사진촬영=김다은작가]
기대하던 카페에 도착[사진촬영=김다은작가]


점심식사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브런치를 먹을 생각으로 미리 검색해놓았던 카페를 찾아갔다. 좁고 긴 복도 형태의 내부, 간격이 좁은 테이블이 놓여 있는 카페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우리는 손님들로 가득 채워진 테이블 사이에 하나 남은 2인석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판을 살폈다. 하지만 온통 네덜란드어로 적혀있는, 사진하나 없는(커피 사진은 있었음!) 메뉴판이었다.

메뉴판을 받았지만 읽을 수 없었다 [사진촬영=김다은작가]


사진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이 나는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영어 메뉴판이 따로 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No”. 대신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으니 그를 불러주겠다며 다른 쪽에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남자 직원을 불렀다.

정리를 마치고 우리에게 온 남자 직원은 우리에게 메뉴판에 있는 모든 메뉴를 영어로 하나씩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렇게 우리는 런던에 이어 또다시 영어 듣기평가를 했다.

그는 우리에게 각 메뉴에 들어간 주재료는 어떤 것들인지, 차가운 샌드위치인지, 뜨거운 샌드위치인지를 상세히 알려주었다. 이렇게나 친절히 설명해주는데 겨우 반만 알아들은 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영어 듣기평가의 핵심은 포인트 단어만 기억하는 것.

우리는 ‘Special 샌드위치’와 ‘Hot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와 스파클링 주스를 각각 주문했다.

카페가 너무 예쁘니까 한 컷![사진촬영=김다은작가]
카페 내부는 사진보다 훨씬 예쁘다. [사진촬영=김다은작가]

마음은 늘 평화롭고 여유로운 느긋한 여행을 하고 싶다. 하지만 언어의 두려움, 예기치 못할 상황에 대한 온갖 걱정이 많은 나에게는 늘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여행은 왔고 그래도 여행 중 유일하게 느긋해질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카페나 식당에 앉아 주문한 것을 기다리는 시간!

드디어 우리의 일용할 양식 등장! 역시 맛있음!!![사진촬영=김다은작가]


예상치 못했던 듣기평가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그제야 가게 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복잡하지만 왠지 정겨운 카페 의 모습. 우리가 앉은 테이블 양옆의 테이블은 같이 온 일행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매우 좁은 간격을 두고 있었지만 양 옆에 앉은 사람들은 각자 마주 보고 앉은 상대방과의 대화에만 집중했다.

모두 여유롭고 즐거운 모습의 사람들 [사진촬영=김다은작가]


영어 메뉴판이 따로 있었더라면 네덜란드어를 모르는 외국인 손님에게 직원이 일일이 메뉴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테이블 간 좁은 간격, 그리고 북적이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니 번거롭긴 하더라도 메뉴를 하나씩 설명해주는 직원과 그 직원의 말에 귀 기울여 듣는 손님의 모습이 이곳과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나온 음료를 마시고 있으니 우리도 제법 이 풍경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해졌다.

한창 분위기에 빠져있을 즈음, 샌드위치가 나왔다. 사실 거의 그냥 찍어서 골랐다고 해도 무방할 메뉴였지만 주문은 성공적이었다.

잘 잘린 호밀빵 위로 리코타 치즈, 채소와 베이컨, 얇은 햄 위로 소스가 뿌려져 있는 Special 샌드위치, 그리고 따뜻한 토마토소스와 함께 햄과 채소, 치즈를 골고루 넣어 바삭하게 구워 나온 Hot 샌드위치였다.

아, 브런치를 먹어본 게 얼마 만이더라…. 이렇게 느긋하게 앉아 브런치를 먹으니 왜 한국에선 이런 여유를 누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도 이제 제법 여행에서 여유를 누릴 줄 아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