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여행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 (15) 오르지 못해도 괜찮아
김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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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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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눔경제뉴스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김다은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게재한다. 김다은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직장을 관두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닌다.[편집자주]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고대했던 것은 신교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델프트의 풍경이었다. 날씨 좋은 날 이 전망대에 오르면 델프트 바로 옆 동네인 로테르담과 헤이그까지도 보일 만큼 멋지고 드넓은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느 지역을 여행하더라도 그 지역의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대부분 그 지역의 포인트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날이 조금 흐리긴 했지만 그래도 별문제는 없을 거란 기대감에 잔뜩 부푼 채, 조금 전 결혼식 장면을 보았던 시청사 맞은편에 있는 신교회로 향했다.
‘The tower is closed.’
하필....오늘....바람이....[사진촬영=김다은작가]
하지만 교회 입구에서 우리가 마주한 건 다름 아닌 올라갈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게시판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흐린 날씨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전망대를 폐쇄한다고 했다.
날씨 탓을 누구에게 돌리겠냐만, 이렇게 기회가 날아갔다는 생각에 허무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교회 내부만 둘러보기로 했다. 흐린 날씨여서 그런지 어둡고 웅장한 교회 안이 더 쓸쓸해 보였다.
웅장한 규모의 신교회 내부[사진촬영=김다은작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아쉬움에 구경하는 것에 점점 흥미를 잃어갈 때 쯤, 나와는 너무 다르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교회 안 곳곳을 구경하는 다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저 사람들도 분명 오늘 전망대에 올라가지 못해 아쉬움이 크겠지?’
전망대 대신 교회 내부 관람[사진촬영=김다은작가]
없던 신앙심도 생길 것 같은 분위기[사진촬영=김다은작가]
생각해보니 전망대에 오르지 못한 건 나만 서운한 일이 아니었다. 함께 온 동행인과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사람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조용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달래며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이곳에 남아 곳곳을 둘러보고 있을 뿐이었다.
멋진 샹들리에는 덤[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사진촬영=김다은작가]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데 여행은 오죽할까. 원했던 풍경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쉽고 서운한 감정에 휩싸여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
지금 오르지 못해도 괜찮아. 비록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덕분에 다음에 또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니까.
예배당 전체에 걸쳐 멋진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다.[사진촬영=김다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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