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여행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 (17) 꿈꾸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김다은 승인 2020.06.20 07:00 의견 0

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눔경제뉴스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김다은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게재한다. 김다은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직장을 관두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닌다.[편집자주]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다렸던 시간이 다가왔다. 내가 암스테르담에 오기로 한 가장 큰 이유,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반고흐 박물관에 온 것이다.

나에게는 꿈에서나 가능할 만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에서 미리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했던 순간부터 지금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대감으로 기다려왔는지!

너무 가보고 싶었던 반고흐 뮤지엄 [사진촬영=김다은작가] 

나는 여행 오기 전부터 줄곧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던 낡고 오래된 책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학고재)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가 하면, 반 고흐의 일생을 그린 다큐멘터리형 영화 ‘반 고흐: 페인티드 위드 워즈(Van Gogh: Painted with Words), 2010’를 찾아서 보기도 하는 등 고흐를 만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머릿속 어딘가에 묻혀있는 기억을 다시금 되살려 가장 생생하고 선명한 모습으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었다.

오후 7시가 되자마자, 우리는 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고 미술관으로 입장했다. 실내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 카메라를 포함하여 관람에 불필요한 짐들은 전부 미술관 안의 보관소에 맡겨두었다.

미술관 1층 한쪽에는 자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칵테일 바가 마련되어 있었다. 늦게까지 전시를 하는 금요일에만 운영하는 듯했다. 미술관에서 보는 칵테일 바와 디제잉 부스가 신선했지만, 우리는 칵테일 대신 반고흐에 취하러 곧바로 전시실 입구로 향했다.

반고흐 뮤지엄 안쪽 로비, 작품이 있는 곳에서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사진촬영=김다은작가]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사진촬영=김다은작가]


전체 3층으로 된 전시실은 고흐의 작품들을 시대별로 나누고 있었다. 곳곳에는 내가 알거나 책에서 본 작품보다 처음 보는 작품이 훨씬 더, 아니 대부분일 만큼 엄청난 양의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작품을 따라 걸으며 그림을 보고 있으니, 왠지 그의 삶을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반고흐 뮤지엄 지하에는 굿즈를 파는 곳과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준비되어 있다

비록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인 <밤의 카페테라스>는 이곳에 없었지만 고흐를 대표하는 크고 작은 여러 다른 그림, 그리고 미처 알지도 못했던 여러 다른 그림들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게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았다.

우리는 미술관 문이 닫힐 때까지 그의 그림을 눈에 가득 담고 나서야 겨우 나올 수 있었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그림을 처음 시작한 빈센트 반 고흐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했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작업량으로 그림에 거의 미쳐 살았다.

비록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림’이라는 꿈을 마음에 품고 살았던 그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은 가난과 고독, 굶주림조차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어쩌면 그에게 가장 값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문득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맛봐야 했던 스물일곱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꿈에 대한 열정은커녕 온갖 상황에 사로잡혀 그저 살아낼 뿐이었는데, 꿈 앞에서 거침없었던 그의 열정을 생각하며 힘들었던 상황 속, 꿈 앞에 주저했던 그때의 나를 돌아보며 반성했다.

살면서 꿈에 대한 물음표가 생길 때면, 자연스레 고흐를 떠올리게 된다. 꿈 앞에 사그라지려고 하는 나의 열정이 다시 솟아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