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여행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 (9) 그곳에 가면 셜록을 만날 수 있나요?
김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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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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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눔경제뉴스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김다은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게재한다. 김다은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직장을 관두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닌다.[편집자주]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혹여나 보게 되더라도 본방송으로 보지 지난 방송을 일부러 다시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런 내가 유일하게 챙겨본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셜록 시리즈! 소위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하는 셜록은 그야말로 매력이 흘러넘쳤다. 때로는 셜록으로, 때로는 빈센트로(다큐멘터리 영화 「반 고흐: 페인티드 위드 워즈」에서 그는 빈센트 역할을 맡았다.), 때로는 마법사로(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셜록의 배경지인 셜록 홈즈 박물관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튜브를 타고 이동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모습을 여행 중 우연히 보았다는 어느 여행자의 글을 보고 ‘혹시 나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원작 소설 속 ‘셜록’이 아닌, 드라마 속 ‘셜록(정확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을 떠올리며 베이커 스트리트 221번가로 향했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앞을 지나 베이커가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셜록 홈즈 박물관. 소설 속에만 존재했던 가상의 장소를 1930년도에 재정비해 실존하는 곳으로 만들었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입장료가 1인당 15파운드나 하는 박물관은 관람하지 않는 대신 우리는 무료로 마음껏 구경할 수 있는 기념품숍에 들어가 기분을 내기로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베이커 스트릿에 드디어 도착했다. 아~ 신기해~ [사진촬영=김다은작가]
베이커 스트릿 [사진촬영=김다은작가]
그런 면에서 기념품숍은 언제나 그렇듯, 늘 기분 좋은 곳이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구경하는 것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곳이니까. 숍 안에는 ‘셜록’과 연관된 거의 모든 것들이 상품으로 만들어져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셜록의 시그니처 모자.[사진촬영=김다은작가]
딱~ 봐도 멋스러운 셜록 홈즈 뱃지[사진촬영=김다은작가]
모자에서부터 성냥갑, 배지, 액자, 각종 문구류…. 하지만 마땅히 손이 가는 기념품은 딱히 없었다. 그 중 만만한 열쇠고리라도 사볼까 했지만, 무턱대고 샀다간 걸어둘 열쇠도 없는데 언젠가 결국 책상 서랍장 안에 처박혀 서서히 잊힐 것이 뻔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사 가야겠다는 심정으로 사방에 놓인 기념품들을 들었다 놨다 반복하고 있을 때 남편이 무언가를 들고 오며 말했다.
“이거 하나만 사자”
“뭔데?”
남편 손에 들려있는 건 이곳 주소를 나타내는 실제와 똑같이 만든 작은 크기의 철제 간판이었다. 처음엔 이런 걸 어디다 쓰냐며 들은 체도 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니 기념품은 말 그대로 기념품이 아니던가. 결국 내내 고민했던 기념품은 철제 간판 하나를 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뭔가 기념품은 하나 사가야겠지?” 하고 심사숙고해서 구입한 기념품[사진촬영=김다은작가]
진짜 셜록은 만나지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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