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여행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 (7) 런던의 숨은 보석에서 고흐를 만나다

김다은 승인 2020.03.28 07:00 의견 0

 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나눔경제뉴스는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 김다은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게재한다. 김다은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직장을 관두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닌다.[편집자주]

런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2층 버스이다. 갤러리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버스 환승센터에 왔건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2층 버스는 없고, 우리가 타야 하는 버스는 그냥 일반 버스였다.

우리는 2층 버스를 타고 싶었을 뿐이고......하지만 현실은 그냥 빨강 버스 [사진촬영=김다은작가] 


버스에서 내려 20여 분을 걸었을까, 코톨드 갤러리에 도착했다. 대부분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런던의 다른 갤러리와 달리 코톨드 갤러리는 7파운드의 입장료를 내야 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리 중요치 않았다. 비록 몇 점 뿐이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 7파운드를 지급해가며 내가 코톨드 갤러리에 꼭 와야 했던 건 순전히 고흐의 그림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미술 시간에 처음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만났다. 미술대학을 가기 위해 본격적인 입시 미술을 배우고자 학원에 다니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크릴 물감으로 명화 따라 그리기’라는 주제로 각자 그리고 싶은 그림을 선택해 모사하는 수업이었는데, 그때 내가 선택했던 작품이 ‘밤의 카페 테라스’였다.

그때는 고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작품보다는 유독 ‘밤의 카페 테라스’가 마음에 들었다.

수채화와 유화의 느낌을 모두 살릴 수 있는 게 아크릴 물감의 특징이자 장점이었지만, 나는 철저하게 유화 느낌만을 고집했다. 막연히 고흐의 붓 터치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쓰는 물감 양의 2배 이상은 거뜬히 쓰고도 남을 만큼 물감을 정말 아낌없이 사용했다.

나는 고흐 특유의 정갈하지 않은 듯한 자유로운 붓 터치가 참 좋았다. 그때 열정은 고흐의 여러 다른 작품들을 비롯해 그의 일기까지 찾아보게 했다. 언젠가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결국 나의 이런 편향적인 관심이 나를 코톨드 갤러리까지 오게 만든 것이 아닐까?

유료 갤러리이어서 그런지 갤러리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무료 갤러리가 넘쳐나는 런던에서 유료 갤러리는 인기가 별로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갤러리 안에는 그저 몇몇 사람만이 조용히 발걸음을 한 걸음씩 떼어가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관람객은 많지 않았지만 관람객의 그림을 보는 시선은 사뭇 진지했다.[사진촬영=김다은작가] 


코톨드 갤러리.[사진촬영=김다은작가] 


그림에 큰 일가견이 없어도 어디선가 한 번은 봤을 만한 유명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 주변 관람객의 홍수 속에 먼발치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작품 앞에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고있어도 지나가는 관광객이 별로 없는, 분명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화가들의 작품이 걸려있는데 그에 비하면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곳. 코톨드 갤러리는 런던 속 숨은 보석이었다.

드가, 마네, 고갱…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

드디어 그의 그림이 눈앞에 나타났다. 책 속에서 접했던 평면적인 그림이 내 앞에 입체가 되어 펼쳐졌다. 나는 고흐의 그림을 보며 한참 서 있었다. 몇 점 되지 않는 고흐의 그림 속 붓

터치 한 획 한 획을 눈으로 따라 그리며 잠시나마 고흐가 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고흐의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사진촬영=김다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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