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톨스토이가 말하는 승전법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3년이 넘어 현재 미국과 러시아 간에 종전 회담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외교의 첫 번째 시험대다.
전쟁과 같은 국난을 극복하는 길은 우방국과의 밀접한 협력을 통한 안보 강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외국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고 내 나라는 내가 지킨 다는 굳건한 자주국방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정신과 물질 양면에서의 유비무환이라는 역사의 교훈이다. 톨스토이는 크리미아 전쟁에 포병 장교로 참전했던 전쟁경험을 바탕으로 '전쟁과 평화'를 썼다.
그리고 군대의 숫자가 많을수록 그 국가의 힘은 강하고 대군은 언제나 이긴다는 주장은 기계학과 같다고 했다.
병사의 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으로 인간 내면의 종교적 믿음과 정치적 신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쟁과 평화'에서는 군대의 힘을 병사의 수에 어떤 미지의 X를 곱해서 나온 결과라고 보았다.
이 X는 군대의 사기로 병사 개개인의 싸우려는 의지며 자발적으로 자신을 위험에 내맡기려는 열망의 정도를 표시하는 지수다.
그리고 전쟁의 역사를 이런 방정식으로 보면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것은 사기에서 나오는 단체의 힘이다.
톨스토이의 견해는 전략가들과 같다. 현대전에서 공군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6세대 항공기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모두 조종사의 사기를 가장 중요시한다. 미 공군은 첨단기술로 만든 최고 성능의 항공기와 무장체계 그리고 군인에 대한 우수한 복지와 대우를 근거로 높은 사기를 과시한다.
러시아 공군도 코브라 기동으로 불리는 묘기를 시연하면서 스텔스 기능을 줄이는 대신 기동력을 높여 공중전 능력을 강화시켰다고 기체 성능과 사기를 선전한다.
한민족의 역사에는 역경 속에서 저력이 발휘된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수많은 외침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것이다. 임진왜란에서 관군이 패배한 후에도 사기를 잃지 않고 의병과 승병이 줄기찬 항전으로 왜군을 물리쳤다.
병자호란에서도 이것을 경계한 청군은 곧바로 한양의 국왕을 목표로 진격했다.
청군은 압록강을 넘어 약 500㎞를 열흘 만에 달려 한양에 도착했다. 장기전이 되면 곳곳에 나타날 의병 때문에 고전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시로 모든 조직에서 사기는 가장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욕이다. 이 때문에 어떻게 사기를 올리고 유지할 수 있는가를 찾아내는 일은 리더의 필수적인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