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펜은 칼보다 강하다
'왜곡된 동양인의 이미지'
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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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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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어느 멕시코(Mexico)인으로 부터 자신의 나라 이름을 '메히코'로 불러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것이 맞는 발음이라는 것이다.
국호나 성명을 외국인이 정확하게 불러주면 친밀감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모습으로 자기 나라를 이해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C와 P 그리고 J와 X 같은 알파벳 문자가 국가에 따라서 다르게 발음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라가 발전하고 위상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전달이 중요하다.
이것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문화와 예술, 그리고 학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학술 논문이나 책으로 발표된 내용은 지적 권위를 배경으로 하므로 중요하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 비교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라는 책을 통해 아랍민족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학문적으로 반박했다.
사이드는 민족에 관한 이미지와 선입견은 전해들은 부정확한 지식이나 간접 경험에만 의존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근대에 들어와 동양에 대한 이러한 왜곡된 지식은 고정관념이 되어 동양과 동양인에 관한 가공의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대에 들어와 영국이 이집트를 식민지로 만들면서 학문을 통해 이것을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영국이 갖고 있던 이집트에 관한 지식은 소수의 영국인이 겪은 한정된 경험과 정보에서 나온 왜곡된 결과물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동양인은 열등감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사이드는몇 개의 실제 사례를 들었다. 그중 하나는 1972년 2월호 미국 정신 의학 잡지에 실린 논문 '아랍세계'였다.
그리고 이 논문이 1,300년간 1억 명이 넘는 아랍인들의 심리적 초상화를 설명했지만 근거로 인용한 자료들은 양과 질 면에서 매우 빈약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찾아내 증거로 발표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고 책은 폭탄보다 더 큰 영향을 남긴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다.
동국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외교안보전공, 성공회대 국제문화연구학과를 졸업했다. 외교부 입부 후 카이로 대학과 American Univ. in Cairo에서 수학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일본, 아랍에미리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근무했다. 주 카타르 대사로 퇴임했다.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과 카타르 국왕훈장(Sash of Merit)를 수여 받았다. 저술로는 '석유전쟁', '외교관 아빠가 들려주는 외교이야기', '마하나임'이 있다. '중동냉전과 나세르의 적극적 중립주의'등 논문도 다수 있다. 현재 한국외교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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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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