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행사에서 정찬 테이블의 식기와 잔의 종류와 사용법은 복잡하다. 위스키, 펀치, 리커, 셰리, 사우어, 백포도주, 적포도주, 브랜디, 칵테일, 샴페인, 고브렛, 올드패션드, 텀블러 13가지 모두 모양이 다른 잔들이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의전과 연회는 외교업무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오만찬과 리셉션 행사에 주류는 빠지지 않는다. 포도주와 꼬냑을 비롯해 현재는 한국산 막걸리와 전통주도 활발히 소개되고 있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들이나 아프리카와 같은 오지에서는 외교단을 위해 해외에서 주류나 생필품을 공급해주는 회사도 있다. 수입되는 주류나 생필품들은 외교 화물 파우치로 인정되어 특별 통관절차로 반입되고 화물송장(B/L)에는 식음료품으로 표기된다.

주류반입이 금지된 어느 이슬람 국가에서 외국 대사관이 수입한 주류가 가득 실린 컨테이너가 항구에 도착 후 하역하는 중에 떨어져 부서진 사고가 있었다.

항구에는 술 냄새가 가득한 것은 물론이다. 이후에 현지 외교가에서는 독실한 이슬람 교도인 세관장이 주류를 공식적으로 막을 수 없게 되자 마치 실수인 것처럼 컨테이너를 낙하시켰다는 이야기가 한동안 나돌기도 했다.

외교행사에서 정찬 테이블의 식기와 잔의 종류와 사용법은 복잡하다.

외교관 편람에 나오는 술잔의 종류는 다양하다. 위스키, 펀치, 리커, 셰리, 사우어, 백포도주, 적포도주, 브랜디, 칵테일, 샴페인, 고브렛, 올드패션드, 텀블러 13가지 모두 모양이 다른 잔들이다.

밀이나 옥수수로 만드는 위스키로부터 포도주의 일종인 샴페인 그리고 과일주인 브랜디처럼 각각의 주류 특성에 따라 유럽인들이 세심하게 분류해 만든 것이다.

용도에 따라 다른 술잔이 사용되고 위스키 온 더락(Whiskey on the rock)은 위스키 잔에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넣어 녹여 마시는 방식이다.

아무것도 타지 않고 마시는 스트레이트(Straight)나 진토닉 같은 보조음료를 넣어 마시는 하이볼(Highball)과는 다르다. 보조 음료라고 해도 설탕과 탄산이 있는 콜라를 섞지는 않는다. 크리스털 잔에 담긴 위스키는 매혹적인 빛깔과 차가운 얼음이 주는 특별한 느낌을 강조한다.

얼음이 담겨있기 때문에 손바닥 체온에 의해 빨리 녹지 않기 위해서는 두툼한 크리스털 잔이 필요할 것이다. 얇은 잔에 담긴 포도주는 잔의 몸체가 아닌 다리 부분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크리스털 잔에 담긴 포도주나 위스키를 건배할 때 부딪히는 명쾌한 소리가 분위기를 돋워 주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외교행사에서 플라스틱이나 철제 잔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대 외교는 과거보다 상당히 탈격식화 되고 간소화했다. 그러나 아직도 전통적인 외교행사는 중요하고 기본적인 테이블 매너를 지키는 것이 불문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