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란 단순히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철학입니다.자리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카페 한구석,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창가 자리.

저는 이곳에 앉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음료 한 잔 값에 포함된 자릿세를 지불하고, 이 공간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자리를 원합니다. 물리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마음속의 안식처일 수도 있습니다.

그 자리가 어떤 것이든, 우리는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고,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자리’라는 두 글자는 단순히 공간의 개념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때로는 선택의 문제로, 때로는 권리의 문제로, 또 때로는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매일 자리를 선택하고, 차지하고, 때로는 잃고, 때로는 새로운 자리를 찾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다양한 얼굴과 마주합니다.

카페에 들어설 때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고릅니다. 창가 자리, 벽 쪽 자리, 혹은 문 가까운 자리. 사람마다 선호하는 자리가 다릅니다. 저는 제일 먼저 창가를 찾습니다.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 자리에서는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벽 쪽을 선호합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내가 원하는 자리가 이미 누군가에게 점유되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잠시 망설입니다. 다른 자리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그 자리를 기다릴 것인가. 이 작은 선택의 순간에도 우리의 삶이 녹아 있습니다.

우리는 늘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의 하루, 나아가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카페에서의 자리는 단순한 공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싶은지에 대한 작은 표현입니다.

누군가는 문 가까운 자리에 앉아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을 즐깁니다.

또 누군가는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세상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합니다. 이처럼 자리 선택은 우리의 성격, 기분, 그리고 그날의 필요를 반영합니다.

공연장에 가면 자리가 곧 돈입니다. 무대와 가까운 자리일수록, 배우의 숨결이 느껴지고 음악 의 진동이 몸으로 전해지는 자리일수록 가격은 비싸집니다. 같은 공연을 보더라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경험의 질이 달라지고, 그 차이 때문에 가격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 자리가 정말로 ‘가치’ 있는 자리일까?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도 우리는 충 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멀리서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더 큰 울림을 줄 때도 있습니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늘 더 좋은 자리, 더 높은 자리를 갈망하지만, 정작 그 자리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지는 모릅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 할 수 있습니다.

자리는 우리에게 삶의 가치 기준에 대해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무대 가까운 자리를 원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그 자리가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인가?

몇 해 전에 고기를 파는 식당에 들어가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정문에 들어서 자리를 살피는데, 한쪽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한쪽은 테이블마다 거리가 떨어져 있고 쾌적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리가 많이 비 어 있었습니다.

제가 어디로 갔을까요? 테이블마다 거리가 떨어진 곳으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종업원이 물었습니다. “고기 드실건가요?”

“갈비탕을 먹으러 왔어요.” 그랬더니, 종업원은 저에게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갈비탕은 이쪽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쪽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종업원은 “이쪽은 고기를 드시는 분만 갈 수 있습니다” 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깊은 곳에서 부터 화가 일어났습니다. ‘에이. 뭐 이런 곳이 있나!’ 함께 왔던 동료도 화가 났는지, “저희 고기 먹을 거예요” 하고 당당하게 원하는 자리에 가서 앉아서 고기를 먹고 왔습니다.

자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권리와 연결된 문제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때 불편함과 분노를 느낍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느낀 이런 불편함과 분노 때문에 저와 동료는 갈비탕 대신에 고기를 먹었습니다.

‘자리’라는 단어는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우리의 위치와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의 자리, 집에서의 자리, 사회에서의 자리. 우리는 늘 자신의 자리를 찾고, 유지하려 애씁니다. 요즘 회사에서 어떻게 배치가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직위가 곧 자리였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권력을 가집니다. 그 자리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과 권위를 상징합니다. 반대로 말단 직원의 자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픈되거나 구석진 곳에 위치합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자리는 곧 그 사람의 위치와 가치를 나타냅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방은 가장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곳은 집안의 중심이며, 가장 편안한 공간입니다.

반면, 손님은 거실이나 작은 방에 머뭅니다. 자리 배치는 곧 사람 간의 관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리는 단순한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위치, 정체성, 그리고 관계를 반영합니 다. 우리는 늘 자신의 자리를 찾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리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앉거나 서 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과 연결 된 철학입니다.

자리는 비워질 때도 있고, 채워질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자리를 양보해야 하고, 때로는 새로운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삶은 자리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리를 차지합니다. 가족 안에서의 자리, 친 구들 사이에서의 자리, 사회에서의 자리.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그 자리를 떠납니다.

자리란 결국 임시적인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영원히 우리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어떻게 채우는가?’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여전히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이 자리는 내가 선택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영원히 내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되면, 저는 이곳을 떠나 다른 장소에서 저의 자리를 차지하러 갑니다. 그리고 다시 이곳을 찾아왔을 때 이 자리가 저의 자리가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늘 자리를 차지하고, 떠나고, 다시 새로운 자리를 찾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변합니다. 자리란 단순히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철학입니다. 오늘도 저는 자리에서 글을 씁니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자리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