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분수대가 여름이 되자 워터풀장이 되었다. 아이들은 신났다. 한 두녀석이 나와서 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단지내 아이들이 모두 나온 듯 북적거린다.
이제 겨우 발걸음을 떼는 꼬맹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녀석들까지 분수대는 신나는 놀이터다. 남자아이, 여자 아이 할거 없다. 그들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름 핫플레이스(?)라는 유명세를 타면서 인근의 다른 아파트 아이들도 원정 온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여름 방학이 되자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은 눈 뜨기 무섭게 분수대로 나와 수영을 하며 놀기 시작한다. 수십명의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왜 그렇게 보기 좋은지, 손주가 있어도 자연스러운 나이라 그런가 그저 흐믓하다.
부모들 입장에서도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돈 한푼 안들이고 자녀들이 신나게 놀아주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엄마들도 아이들을 분수대에 풀어놓고 삼삼오오 모여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니 소소한 행복이다.
지금은 다 큰 어른이 됐지만, 아이들이 어릴적 차를 타고 한참을 가서 부담스러운 입장료를 내고 하루를 보내야했던 기억이 난다. 젊은 부모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이 분수대 워터풀장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놀다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위생 청결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관리사무소는 분수대 운영을 중단했다.
사실 아파트 분수대는 위생관리가 필요한 워터풀이 아니다. 그냥 조경시설이다. 수영장도 아닌데, 굳이 위생 문제까지 관리사무소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런데, 분수대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니 아이들의 워터풀장이 되어 버렸다.
단지를 설계한 건설사는 이런 문제가 불거질지 예상을 했을지 궁금하다.
주민들과 관리 사무소간의 힘겨루기 시작됐고, 양측의 갈등은 커졌다. 그렇게 분수대는 2주 정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뜨거운 땡볕 아래의 물없는 분수대는 흉물처럼 보였다.
분수대를 조속히 가동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양측은 타협점을 찾았고 분수대는 다시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냈고 물이 채워졌다.
아이들이 떠난 뒤 분수대를 청소하는 분들의 구슬땀이 멈추지 않는다. "씻을 장소가 단지내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하신다. "작은 샤워 시설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휘트니스 시설의 공동 샤워장을 이용하고 싶지만, 민원이 들어온단다. 아마 이용을 하라고 해도 주민들 눈치보느라 마음이 편치 않으실 듯 하다.
아파트를 설계할 때부터 주민들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좋은 아파트는 그런 배려가 곳곳에 담겨져 있어야 한다.
나눔경제뉴스 대표기자 차석록입니다. 좋은 기사를 전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 베풀고 나누는 사회적 기업을 조명하겠습니다.파이낸셜뉴스 등 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발로 뛴 경험을 젊은 후배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충암중, 명지고, 그리고 중앙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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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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