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부모 찬스

차석록 승인 2022.04.19 07:45 의견 0
[마곡로]부모 찬스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지인 가운데 한 분의 자녀가 올 봄 대학을 졸업하고 이름을 들으면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좋은 직장에 취업이 되었다. 나도 두아이의 부모이지만,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인가. 요즘 처럼,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 시절에.

그러다보니, 그 분은 거의 대화의 주제가 자식 자랑이다. 연봉이 얼마고, 그 회사의 장점을 나열하다보면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돈 들어가는거 아니니, 맞장구도 쳐주고 기분을 맞춰준다.

하지만, 같은 모임에 취업이 안되거나 작은 회사를 다니는 자녀들 둔 부모들은 입맛을 다시게 된다.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흠을 찾는 샘을 부리기도 한다.

나이가 먹어가니, 다른 건 몰라도 자식이 잘되면 자랑하고픈 마음이 커지는거 같다. 특히,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가거나,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없던 권력(?)이 생긴다.

자식 자랑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손주 자랑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손주를 보신 분들은 자랑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에는 온통 손주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차 있고, 대화의 주제는 역시 대부분 손주들이다.

툭하면 손주가 재롱부리는 동영상을 보내주기도 한다. 그 손주가 내 손주냐고 핀잔(?)을 주면, 그러거나 말거나 "너도 할아버지가 되보면 안다"고 웃어 넘긴다.

요즘 경제력이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계시다보니, 손주를 위해 보험료나 교육비를 책임져주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이뻐서 죽는 손주들을 위해 무엇인들 못해주랴.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의 밑거름이 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도 나는 못배우고 가진거 없지만, 자식만큼은 어떻게 하든지 공부를 시켜서 잘먹고 잘살게 하고자 했던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님들의 사랑이 지나치면, 선을 넘는 일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수십년전에는 속된 말로 힘이 있거나 돈이 있으면 군대를 빼주는 일 들이 많았다.

부모가 돈이 있거나 한자리 하시던 분들의 자녀들이 실력이 안되는데, 좋은 대학에 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대학 입시 제도가 바뀔때마다 쉽게 대학에 보내려는 유력자의 자식들이 있다는 루머가 있기도 했다.

그러던 것들이 최순실이나 조국 사태로 더 진화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두 사태로 본인들도 인생이 망가졌지만, 자식들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부모 찬스가 잘 못 쓰여진 폐해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됐다. 그런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논란이 뜨겁다. 정호영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부모 찬스를 쓴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억울하다"고 했다.

정호영 후보자 말대로 '부모 찬스'없이 자녀들이 편입했는데, 여론몰이의 희생자가 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리고 정 후보자의 자녀들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거다. 억울하게 주홍글씨가 얼굴에 찍히는 거 아닌가. 그러기에 이번 논란은 신중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 공직에 나오시는 분들은 자식 문제가 가장 깨끗해야 한다. 공직 사회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유행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초 저출산시대에 '무자식이 상팔자'는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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