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차석록 승인 2021.12.21 07:16 의견 0
[마곡로]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이십여년 가깝게 지내던 A기업의 B전무로 부터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은퇴다. 수 년 전 부터 연말이면 불안해 하던 우려가 드디어 현실이 된 것이다.

B전무는 내년이면 나이가 환갑이다. 많은 연봉, 좋은 직장에서 30년 넘게 일을 했으니 속된말로 '월급쟁이' 천수를 누렸다. 퇴직금에 그동안 벌어놓은 돈,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있으니, 노후를 걱정할 그는 아니다.

다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듯, 아직도 건강하고 충분히 더 일할 수 있음에도 회사를 떠나게된 현실이 안타까울뿐이다.

그가 회사를 떠남으로써, 후배가 그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그 역시 나이로 보나 업무 능력을 감안하면 벌써 올라갔어야 했다. 이런 후배들을 생각하면 무작정 오래만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해마다 인사철인 12월이 되면 회사를 떠나는 지인들이 부쩍 늘었다. 그만큼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던 조카들의 취직 소식이 전해졌다. 취업난 속에서 그들의 취업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부모들도 한 시름 놓는다. 그런데,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치 않다. 웬만한 월급을 받아서는 서울에 집한채는 커녕 전셋집 구하기도 어렵다.

청춘들의 현실이 그러다보니, 결혼이 늦어지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국가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은 하고 있으나,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보면 2070년 대한민국의 인구는 3766만명으로 전망됐다. 2020년 기준 인구인 5184만명보다 1418만명 적다.

일할 사람도 줄어든다. 2070년 생산연령인구는 1737만명. 지난해 3738만명의 46.5% 수준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인의 2070년 기대수명은 91.2세(남자 89.5세, 여자 92.8세)다.

지난 1970년은 62.3세였다. 2020년은 83.5세다. 이기간 21.2년이나 늘어났다. 특히, 2065~2070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90.9세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수가 축복이 되어야 하는데, 젊은 이들은 이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이웃 일본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인해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하고, 지난해 4월 70세까지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아예, 정년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얼마전,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기업들은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장하는데, 난색을 표했다.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들의 신규 채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답했다.

그러나, 인구 전망에서도 보듯이 몇년만 지나면 기업들은 인력난에 고령자들을 고용하지 않을 수 없을거다.

B전무가 주변 정리와 휴식을 취한후 새해 밥 한끼를 같이 하기로 했다. 아마 그때는 인생 2막을 어떻게 시작할지에 대한 구상을 들을 수 있을 거다. 아직은 일 할 나이다.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