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페낭 화교사회의 사자춤. 중국인 사회의 단결을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다. 공연에 참가하는 화교 청년들의 공동체 정신을 고취한다.[사진=페낭 트래블 블로그]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 페낭은 믈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동남아 해양교통의 요충지다.
주민의 절반 가까운 중국인 화교들이 중심지 조지타운을 비롯해 여러 곳에 거주하고 있고 중국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의 망명시절 집터를 비롯해 큰 저택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관광자원이 되어 있다.
관광객들을 눈길을 끄는 조지타운 시내의 저택 중에 현재는 고급식당 겸 호텔로 사용하는 '청팟체(Cheong Fatt Tze, The Blue Mansion)'도 있다.
건물 전체를 푸른 빛의 자재를 사용해 건축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거대 부호였던 화교 사업가가 지은 건물로 아들이 살아있는 동안은 건물을 팔지 말라고 어린 아들의 후견인에게 부탁하고 임종했다고 안내인은 특별한 감정을 더해 저택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설명해 준다.
기울어가는 가세와 아직 어린 후계자의 앞날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화교 거주구역 안에는 콩시(公司)라고 이름 붙은 저택들이 있다. 중국 본토에서 이주한 동향인들끼리 모인 지역향우회 집단이다.
유명한 곳은 쿠 콩시(Khoo Kongsi)로 저택 마당에서는 정기적으로 사자춤을 공연한다. 관광객을 위한 것이지만 중국인 사회의 단결을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로 공연에 참가하는 화교 청년들의 공동체 정신을 고취한다.
사자춤에 출연하는 두 사람은 꽹과리와 북의 격렬하고 빠른 음률에 맞춰 움직이면서 기예를 자랑한다.
사자춤은 무술 동작과도 유사해 마치 화교사회의 집단방위 훈련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학생들도 2인 1조가 되어 사자탈을 쓴 채로 2.5m 높이의 쇠 말뚝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새로운 느낌을 준다.
한국에도 북청사자놀음이 있지만 움직임에 여유가 있고 예술적인 것이 대조적이다.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는 화교사회에서는 드래곤 보트 경기도 유명한 관광 상품 중 하나다. 길이 12m, 폭 1m 정도의 쾌속선에 앉은 10명이 20개의 노를 젓는 경주다.
앞과 뒤에는 키잡이와 북 치는 고수가 자리잡고 물살을 가르면서 목표지점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상쾌함을 전해 준다.
열심히 하는 자가 좋아서 하는 자를 못 이기고, 좋아서 하는 자가 즐기며 하는 자를 못 이긴다는 말이 있다.
열심히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의무감에 사로잡혀 목표를 향해 매진하면 피로감이 누적된다. 강철도 피로가 쌓이면 균열이 생긴다는 말처럼 부작용이 나타나고 임계점에 달하면 파열한다. 그러나 즐겁고 흥겹게 하는 일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일하고 단결심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