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차석록 승인 2022.04.01 06:48 의견 0

[마곡로]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작년까지만해도 봄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먼저 왔었다. 집사람이 애지중지 키우던 야생화들은 봄이되면 옷이 얇아지는 아가씨들처럼 자태를 경쟁적으로 뽐냈다.

복수초, 얼레지, 꿩의바람꽃, 노루귀, 할미꽃 등등 그 모양이나 색은 정말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워, 꽃에 문외한들도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만든다.

그런데, 한달전 이사온 아파트는 전에 살던 집에 비해 베란다 공간이 너무 작아서 야생화를 키우기 힘들다. 그것도 그렇지만, 짐정리를 하다보니 꽃 키울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집사람은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듯, 몇천원짜리 수선화와 조팝나무 등을 몇촉 사다가 해가 잘드는 창가에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미니 정원(?)을 만들었다.

밤사이 하나씩 피기 시작한 수선화는 며칠만에 노란 자태를 뽐냈다. 조팝나무도 공작 부인처럼 하얀 우아함을 드러냈다.

매년 봄이면 무릉도원이 되는 베란다에서 살다시피하던 집사람은 올 봄 그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해 너무 아쉬워하고 있다.

벌써 4월이다. 봄은 봄인데, 봄같지가 않다. TV속 남녘은 이미 매화가 철 지난 꽃이되고 벚꽃이 하늘을 뒤 덮고 있는데, 내가 사는 이 곳은 아침 저녁으로는 여전히 두툼한 패딩을 입고 다닐 정도로 쌀쌀하다.

하루에도 수십만명씩 쏟아지는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주변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를 완화한다고는 하는데, 모임이나 사람 만나는 일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만나는 지인들에게 "어떻냐"는 식상한 질문을 하면 "맨날 그렇쵸" 라는 뻔한 대답이 되돌아 온다. 코로나19는 너 나 할거 없이 짜여진 틀 속의 다람쥐처럼 살게 하는거 같다.

한달 뒤면 새정부가 들어서게 되는데, 정치권은 맨날 투닥거리고 있다. 말로는 협치를 부르짖으면서 도대체 왜 그게 안되는걸까. 정말 궁금하다.

이사 온지 한달이 다 되가는데, 집사람의 짐 정리는 끝이 없다. 내가 거들어 줄라치면 "더 귀찮다"며 집사람은 아예 원천차단해 그저 바라만 볼뿐이다.

계절은 봄인데, 어째서 봄 같지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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