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주차의 품격

차석록 승인 2022.02.15 16:27 의견 0
[마곡로]주차의 품격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출근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니, 이면 주차된 차량을 미느라 끙끙되는 여성분을 보았다. 이면 차량은 대형 SUV로 작은 체구의 그 여성분 힘으로는 쉽지 않아 보였다. 내가 힘을 보태 이동을 시켰고, 그 여성분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차를 빼서 나갔다.

사실 요즘 차들, 특히 SUV는 워낙 무거워 남자인 나도 이면 차량을 밀때 벅찬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겨울철이라 바닥에 습기가 차면서 차를 밀다가 발바닥이 힘을 받지 못해 미끄러지는 경우도 있다.

가끔은 학원 승합차가 내차 앞에 이면 주차되어 있어 난감 한 적도 있었다.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갔을 때는 주차장이 널럴했다. 그런데, 십 수년이 흐르면서 언제부터인가 이면주차가 시작됐고, 지금은 조금만 늦게 들어가면 지하주차장은 주차할 곳이 없다.

특히, 눈이 내린다는 날씨 예보가 있는 날이면 지하 주차장은 이면 차량들도 옴짝달싹 못할 정도로 빽빽하다. 만일 급하게 차를 갖고 나가야 할 상황이면 정말 난감해진다.

지상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저녁에 잠시 볼 일보러 차를 갖고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갈때가 왕왕 있다.

특히, 퇴근이 늦은 딸아이를 픽업하고 싶어도 그냥 택시타고 오라고 할 뿐이다.

그런데, 진짜 주차 문제는 이면 주차가 아니다. 요즘 차들은 덩치가 커졌는데, 차선은 그대로여서 정말 좁다. 그러다보니, 주차를 잘해도 옆 차선을 걸쳐 아주 작은 경차가 아니면 주차를 하지 못해 빈공간으로 나둬야 하거나, 문을 열고 나오기 어려워 포기하기도 한다.

빈 주차공간이 있는데도, 본인 차를 쉽게 나가기 위해 이면 주차를 해서 다른 사람의 주차를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운전자의 실수라고 생각되지만, 사이드브레이크를 걸어놓아 전화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주차난이 심각해질 수록 '이면 주차'는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12월 자동차 등록대수는 2491만 대. 2020년말 2436만6천대보다 2.2%인 55만대가 증가했다. 인구 2.07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가 2대 이상인 집도 크게 늘었다.

이렇다보니, 심심치 않게 주차로 인한 갈등이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알려지곤 한다. 오래된 아파트단지들은 대부분 주차난을 호소한다. 문제는 해결 방법이 없다. 입주자들이 돈을 내서 지하 주차장을 더 파거나, 지상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워낙 큰 돈이 들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주차난이 심각한 아파트 단지는 이사 오려는 사람들도 기피 한다.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이다.

주차의 달인들을 TV에서 왕왕 보게 된다. 좁은 골목 주차는 물론 자동차를 선박에 실을때, 눈을 의심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주차한다. 차가 늘어날 수 록 주차 문제는 더욱 더 조심하고 남을 배려해야할 사회적 에티켓이 되고 있다.

진정한 주차의 달인은 남을 배려하는 주차다. 잘 주차된 차량을 보면 남을 배려하는 그 차 운전자의 인격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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