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멍청비용

차석록 승인 2021.05.03 13:52 의견 0
[마곡로] 멍청비용


[나눔경제뉴스=차석록편집국장]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려 하드디스크가 파괴됐다. 중요한 자료를 백업해 놓았으면 목돈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렇치 못해 파일을 복구하느라 속쓰리며 지갑을 열었다.

딸이 나에게 말했다. "아빠, 쓰지 않아도 될 돈이 나가는 것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당연히 "나는 몰라"였다. " 그건 바로 멍청비용이야" 했다. 즉 내가 멍청하지 않았으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썼음이다. 백업만 해놓았으면 들어가지 않았을 돈이다. 즉 나는 멍청이다.

멍청비용이란 용어는 조금만 주의했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아마 젊은 친구들이 만들어 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일기예보를 미리 보지 않아 우산이 있는데도, 챙기지 못해 또 사는 경우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동안 나는 수많은 멍청비용을 쓴거 같다. 가전제품을 오래 쓴다고 좋아했지만, 사실은 적절한 타이밍에 신제품으로 교체했다면 1등급 전기요금으로 훨씬 비용을 덜 쓸 수 있었다.

정기적으로 치과검진을 받았으면 굳이 비싼 임플란트를 하지 않아도 됐을거다. 기름진 음식이나 꾸준히 운동을 했다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됐을거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똑똑한 소비를 한다. 신용카드 할인 혜택은 물론 포인트 적립이나 업체들의 할인쿠폰 등을 알뜰하게 챙긴다.

반면 나도 그렇지만,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그런 혜택을 찾아다니지도 않지만, 알아도 절차 등이 귀찮다고 느껴 그저 남의 일이다.

사실 나이가 먹을수록 멍청이가 되어 가는거 같다. 특히 컴퓨터와 관련된 작업은 젊은 친구들 없으면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스마트폰의 수많은 기능이 있지만, 통화하고 네이버 뉴스 검색이나 카톡 정도다. 그러면서 업체들이 기능을 늘려 가격만 올린다고 비난한다.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 30대 직장인이 올린 국민청원글에는 5060세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은 다 받고, 피 튀기게 준비해 입사한 2030 후배 직원들에게 엑셀 파일이나 ppt파일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등 편하게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자유로울 5060은 그리 많지 않다.

멍청비용과 비슷한 말로 홧김비용과 쓸쓸비용이 있다. 홧김비용은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소비를 뜻하는 신조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백화점에 가서 마구 신용카드를 긁어 대는 것이다. 또, 평소 잘 먹지않는 양주나 비싼 술값을 지출해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소비다. 충동구매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쓸쓸비용은 쓸쓸한 마음이나 외로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돈을 쓰는 신조어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싫어 친구나 다른 누구에게 밥을 사주는 경우다. 또, 비싼 옷이나 신발 을 구매하거나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워 인형이나 식물 구입도 해당된다.

멍청비용이나 홧김비용, 쓸쓸비용 모두 나중에 본전 생각이 날 수 있다. 지금 생각해도 컴퓨터 파일 복구비용은 아깝다. 그 돈이면 4식구가 소고기를 배불리 먹고도 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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