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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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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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물을 주다보니[그래픽=최유나기자]
[나눔경제뉴스=차석록편집국장] 작년말 사무실을 이전하자 여러 지인들이 고맙게도 난과 화분을 보내주셨다. 사실 고맙게 받기는 했지만, 그동안 경험으로 보면 살아 남긴 녀석들이 별로 없어서 걱정이었다.
나름 아마추어 꽃 전문가(?)인 샤샤님에게 "공중 습도가 중요하다"며 하루에 한 두번씩 분무기로 뿌려주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은 사무실에 들러 요리조리 보살펴주었다.
나는 출근하면 가장 먼저 사무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분무기로 뿌려주었다. 하루도 빼먹지 않는 루틴한 일과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봄이 되자 새 잎이 나면서 풍성해지고 키도 훌쩍 커졌다. "아 이런 맛에 꽃과 나무를 키우는 구나!"
물론 사무실 모든 화분이 다 잘 자라준 건 아니다. 한 녀석은 원인도 모르게 잎이 떨어지고 죽었다.
"분명 이유가 있었을텐데··", 또 다른 녀석은 유독 날파리가 꼬였다. 좋지 않은 흙을 써서 그렇다고 한다.
문득 인간관계도 새삼 꽃과 나무에게 쏟듯 정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말도 아니지만, 녀석들을 보면서 더욱 느끼게 된다.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나를 외면하고 죽는 꽃들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물을 주고 정성을 기울여야 오래간다. 물을 주고 분무기를 뿌리다 보면 그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는거 같다. 풍성한 잎이 그렇게 말한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조문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찾는 이 없다는 옛말이 있다. 야박한 인심의 속성을 보여주지만, 함께 갈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무실의 나무들이 정말 오래 오래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 오늘도 분무기를 뿌린다.
나눔경제뉴스 대표기자 차석록입니다. 좋은 기사를 전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 베풀고 나누는 사회적 기업을 조명하겠습니다.파이낸셜뉴스 등 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발로 뛴 경험을 젊은 후배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충암중, 명지고, 그리고 중앙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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