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돈쭐내기

차석록 승인 2021.03.21 11:47 의견 0
마곡로 돈쭐내기 [그래픽=최유나기자]


[나눔경제뉴스=차석록편집국장] 어린 형제들은 치킨이 먹고 싶었다. 주머니엔 단돈 5천원. 치킨 한마리 값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너무나 먹고 싶어하는 동생을 위해 형은 용기를 냈다. 5천원을 내밀고 이만큼만 줄 수 없냐고.

치킨집 사장님은 한 눈에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치킨 한마리를 튀겨주고 5천원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언제든지 먹고싶으면 와라." 그후 어린 동생은 몇번 홀로 치킨집을 찾았으나 형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얼마후 동생도 나타나지 않았다. 공짜로 먹는게 미안해서.

이런 사연이 1년후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로 보낸 형의 감사 편지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서울 홍대 근처의 그 치킨집에는 이른 바 돈쭐내기(좋은 일을 한 가게의 물건 팔아주기)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그 사장님은 주문만하고 배달은 하지 않은 돈쭐내기 주문에 사비를 보태서 600만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돈쭐내기 주문 거부 선언을 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는 치킨집 돈쭐내기 동참을 위해 수백만원뿐인 통장 잔고의 절반을 불우이웃시설에 치킨 120마리를 기부하기 위해 나선 가난한 젊은 음악도의 사연이 공개됐다.

자신도 코로나19로 음악일을 하지 못해 배달을 하면서 힘겹게 살고 있지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랬다는 그의 말은 뭉클하고 감동이었다. 넉넉치 않은 가운데 가진 것의 절반을 기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최근 카카오 김범수의 의장의 5조원에 달하는 전재산 기부나,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수 의장의 5천억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나 그 마음 만큼은 결코 그 큰 돈에 지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 치킨집 사장의 선행이나, 그 고마움을 잊지 않은 어린 형제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감동 받아 돈쭐내기에 동참한 가난한 음악도와 많은 사람들.

많은 국민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치고, 국민MC 유재석씨의 말처럼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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