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가족간 거리두기

차석록 승인 2021.02.15 22:34 의견 0


[나눔경제뉴스=차석록편집국장] "남편 출장으로 여유로운 밤이에요." 어느 부동산 카페에 주부가 올린 글의 제목이다. 글쓴이는 "하루세끼 삼식이(세끼 모두 챙겨먹는이)들이 있어서 십년은 더 늙어버린 느낌이에요"라며 코로나19로 힘든 주부의 생활을 토로했다.

글쓴이는 "가족이라도 하루종일 붙어있는건 힘들어요. 오늘은 다행히 남편이 1박 출장이라 밤에 조금 여유가 있어요. 여유롭게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음악 틀어놓으니 참 행복해요^^."

안사람도 대학생 아들 녀석이 지난 1년간 집에서 뒹굴거리는데 지쳐서 목소리가 커지고 예민해져 나와 딸은 눈치보고 산다. 분노 진원지인 그 녀석만 지 엄마의 기분을 무시하고 산다.

그러던차에 그 녀석이 방학기간 어떤 회사의 인턴을 시작하면서 오롯이 집사람의 자유시간이 1년여만에 생겼다. 꽃에 물주고 늦은 아침을 하고 커피 한잔을 하고···.

코로나19로 가족이 붙어있는 날들이 많아진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5인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명절을 보냈다.

"불효자는 고향에 옵니다"라는 현수막이 보여주듯, 이번 설에는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광경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들었다.

우리는 추석이나 설 등 명절에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이 모여 정담(情談)을 나누고 음식을 먹는 일을 아름다운 '미풍양속'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명절때만 되면 민족의 대이동이 이어진다.

그런데, 시대와 가치관이 변하면서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주부들의 스트레스는 하늘을 찌른다.

그 옛날에도 억눌러져 표출되지 못했을 뿐 주부 스트레스는 분명 컸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부의 고향 방문 자제 권고가 싫지 않았을까?

맘카페에는 설 연휴 이전부터 불만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글이 끝 없이 올라왔다. 남성과 시월드 중심의 명절 문화는 크게 변하지 않아 갈등은 여전하다.

남자들이나 조상님들이 보실때는 일년에 명절이 며칠이라고 그러냐고 하겠지만, 사실 주부 입장에서 보면 일년내내 쌓인 스트레스가 명절때 터지는 셈이다.

평소 주부들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면 명절 스트레스 또한 눈꼽 만큼이라도 덜하지 않을까? 그래서 가족간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인 듯하다.

저작권자 ⓒ 나눔경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