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61)아버지 자리
김찬호의 《생애의 발견》 중에 <아버지 자리>라는 글귀가 있다.
아버지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역할과 의미를 창출해가는 것이다.
아버지 노릇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일생에서
그것은 어떤 경험으로 자리매김되는가.
남자들은
자아를 향한 그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버지들은 자신의 침묵,
그 베일에 가려진 마음에
넌지시 다가가
어루만져 볼 일이다.
많은 부모들이 양육관이나 교육관에서 의견차이가 있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빠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사람들이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아빠의 역할이 명확하게 자리를 잡지 않으면,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에 많은 갈등들이 생긴다.
아빠의 역할이 있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몇 가지가 오해나 편견이 있다. 그 중에서 3가지 정도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 번째는 아빠에게 아빠의 역할이 아니라 엄마의 역할을 원하는 것이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것인데, 많은 엄마들이 자신과 제2의 엄마를 원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양육에 있어서 대부분 엄마가 주양육자가 되는데, 아빠에게 자신의 스타일로 양육하길 원한다. 엄마는 엄마의 역할이 있고, 아빠는 아빠의 역할이 있다.
엄마와 아빠가 성별도 다르고, 성격이나 기질도 다르기 때문에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들이 다르다. 예를 들면, 대부분 엄마들은 아이들과 놀 때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을 많이 한다. 반대로 아빠들은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것을 많이 한다.
중요한 것은 아빠들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빠의 역할에 충실히 한다. 그런데 엄마의 시선으로 못마땅하다고 제지하거나 아빠를 무안하게 한다. 그러면 아빠 입장에서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핀잔을 받아야 하나?’ 주눅이 든다. 그러다가 ‘그래, 그럼 네가 다 해라.’ 회피를 하고, 결국에는 ‘나는 이제 관여 안한다.’ 하면서 양육의 자리에서 떠나게 된다.
아빠와 엄마가 양육하는데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으니까 아빠의 자리에서 아빠는 점점 밀려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밀려난 아빠들은 가족과의 관계 끈이 점점 얇아지고, 결국 그 끈도 끊어지는 경우들이 일어나게 된다. 아빠는 결코 엄마가 될 수 없는데, 자꾸 엄마의 역할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엄마들이 왜 나만 ‘독박육아’를 해야 하냐고 이야기하는데, 깊이 들어가면 엄마가 육아의 자리에서 아빠를 밀어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 엄마와 아빠는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고, 엄마의 역할이 있듯이 아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엄마가 인정을 해줘야 한다.
두 번째는 친구 같은 아빠의 유형의 잘못된 부분이다. ‘친구 같은 아빠’가 아이에게나 아빠, 엄마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아빠의 유형이지만, 위험한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친구 같은 아빠를 꿈꾸는 대부분의 아빠가 이 위험에 빠진다. 가장 위험한 것은 처음에는 좋지만, 아이들이 친구 같은 아빠가 아니라 그냥 친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아빠를 아빠로 여기지 않는다. 만만한 존재가 되고, 아빠의 권위가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아빠가 아이를 훈육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아빠가 아빠의 권위를 잃게 되면 성인이 된 후에는 더 심각해진다. 가끔씩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패륜적인 행동을 하는 자녀들이 바로 부모의 권위가 무너져서 생기는 경우들이 많다.
부모의 권위, 특히 아빠의 권위를 상실하게 되면, 훈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에서도 자신의 뜻대로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거나 행패를 부리게 되는 것이다.
부모가 권위를 상실하게 되면, 아이들이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다. 요즘에 이런 아이들이 정말 많은 것 같은데, 부모들이 아이들이 잘못을 해도 제재하거나 훈육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예의 없는 사람들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버릇없이 자란 경우들이 많은데 부모가 권위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친구 같은 아빠의 핵심은 아이가 아빠를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처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신뢰의 형성을 말하는 것이다. ‘친구’라는 의미 해석을 잘못해서 아이들이 버릇없이 대할 때도 그냥 넘어가면, 권위가 무너진다. 그래서 신뢰를 형성하는 친구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아빠의 권위를 무너지지 않도록 훈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좋은 아빠의 유형인데,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항상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이 좋지 않은 모습이 형성될 수 있다. 좋은 아빠가 되기보다는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하는 아빠, 웃은 아빠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아빠가 그냥 아이의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육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많다.
마지막 세 번째는 아직도 아빠의 자리를 돈만 버는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다. 많은 가정이 맞벌이를 하고, 육아에 있어서 아빠의 참여가 많이 이야기 되고 있다. 하지만, 가정을 부양하는 사람은 아빠라는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아빠의 자리를 경제적 부양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들이 많다.
남편과 아내, 아빠와 엄마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한다. 아직까지 우리의 문화가 그렇게 인식되어 있다. 남편이, 아빠가 집안일이나 아이를 키우는 데 도와줬다고 이야기를 한다. 또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아내나 엄마가 가정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들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똑같이 생각한. 엄마는 아빠를 양육의 자리에서 밀어내고, 아빠는 양육의 자리에서 빠지려고 하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아빠의 역할이 육아에 있어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억지로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마와 동등한 위치에서 자발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가정 구성원 모두 함께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은 아빠 한 사람, 엄마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포함한 가정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중에 한 사람이라도 이런 부분들에 참여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좋은 아내를 맞이한 남자라고 한다.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는 좋은 남자를 맞이한 여자다. 남편과 아내, 모두 행복한 마음일 때 행복한 가정이다. 바로 지금 여러분이 있는 그 곳에 행복한 가정이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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