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60) 아빠효과
탈무드에서 남자의 일생은 일곱 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한 살인데, 이때는 제왕이다. 모든 사람들이 임금을 받들듯 달래 주고 기분을 맞춘다. 두 번째 단계는 두 살로 돼지로 비유한다. 이때는 진흙탕 속을 마구 뛰어다닌다. 세 번째 단계는 열 살로 새끼 양으로 비유한다. 웃고 떠들어대고 뛰어다닌다.
네 번째 단계는 열여덟 살로 말로 비유한다. 다 자라서 힘을 뽐내고 싶어 한다. 다섯 번째 단계는 결혼한 후로 당나귀로 비유한다. 가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끙끙거리며 걸아가야 한다. 여섯 번째 단계인 중년은 개로 비유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사람들의 호의를 구걸한다.
마지막 단계인 노년은 원숭이로 비유한다. 이때는 하는 행동이 어린애처럼 유치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려 주지 않는다.
몇 해 전부터 스칸디대디, 프렌디, 라테 파파 등 아빠 열풍이 풀고 있다. 먼저, 스칸디대디는 스칸디나이바와 대디라는 단어를 합친 말인데, 스칸디나이바는 북유럽에 있는 반도를 이야기한다.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여기에 속한다. 대디는 아빠다. 스칸디대디는 북유럽이 아빠 육아 참여가 많아서 북유럽의 아빠들처럼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를 말한다.
프렌디는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와 아빠를 뜻하는 대디를 합친 말이다. 친구같은 아빠를 뜻한다. 친구처럼 아이와 놀아주고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를 말한다. 라떼파파는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은 유모차를 끌면서 공원을 산책하거나 장을 보내는 아빠를 부르는 말이다. 이 말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스웨덴에서 처음 생긴 말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 자기 삶을 누리면서 육아에 참여하는 것이 일상생활이 된 나라다.
지난 글에서 ‘태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잠깐 언급했지만, 엄마는 아이와 열 달을 함께하기 때문에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아이와 교감을 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엄마는 아이와 벌써 열 달이라는 시간이 지속된 반면에 아빠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비로소 아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아이가 태어날 때 가족 분만실에 함께 있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도 함께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에게 받았던 그런 기쁨이나 감격이 부담이나 혼란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요즘 아빠를 지칭하는 새로 생긴 단어처럼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부담이었다. 그리고 당시만 하더라도 아빠가 육아에 참여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아이가 생기니까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더 커졌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엄마보다 아는 게 없고, 안다고 하더라도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힘들었다.
요즘은 아빠노릇을 하기 힘들다. 과거에는 아빠들이 밖에 나가서 열심히 일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사회나 가정에서 더 많은 가정의 참여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일까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아빠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일까? 아빠라는 존재는 아이에게 엄마와 교류하는 영역 외에 다른 영역을 채워주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엄마들은 틀이 정해져 있고, 정적이며, 교육적이다. 하지만 아빠는 개방적이면서 활동 범위도 넓으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엄마에게서 충족되지 않는 부분들을 아빠가 채워주는 것이다.
아빠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엄마보다 10개월이 느리다. 아이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엄마보다 느리다. 아이 입장에서는 뱃속에 있는 엄마에게 더 애착을 느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엄마는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경우들이 많다. 반면에 아빠들은 아이들의 문제를 동일시하기보다는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다.
EBS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자신의 아이 사진을 볼 때 엄마와 아빠의 뇌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보는 것이었다. 아이 사진을 볼 때 엄마와 아빠는 똑같은 반응을 할 것 같지만, 실험을 한 결과 서로 다르게 반응을 했다.
아빠는 뇌에서 시각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후두엽 쪽에 활성화가 했고, 엄마는 후두엽뿐만 아니라 감정과 정서를 관장하는 번역계까지 측두엽에서도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엄마는 아이 사진을 볼 때 감정과 정서적인 것이 들어가는 반면에 아빠는 그냥 사진을 보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인식하는 경향의 차이다. 엄마는 다른 아이를 볼 때와는 달리 자기 아이를 볼 때에 아빠보다 더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이다. 아빠는 자신의 아이 사진을 볼 때나 다른 아이 사진을 볼 때나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 아이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내 자식이라는 마음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감정이입을 시키는 것이 엄마보다 약하다.
엄마와 아빠의 차이가 어떤 상황에서 극과 극으로 대치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싸움도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의 이런 차이가 아이에게는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엄마만 양육에 참여한 아이보다 아빠도 양육에 참여한 아이들이 사회성이나 삶에 만족도에 있어서 좋다고 한다.
영국에 국립아동발달연구소에서 1958년에 태어난 1만7000명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추적조사 연구를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는 이 자료를 활용해서 자녀양육에 관한 결과와 요인을 분석했는데, 그 중에서 ‘아이의 발달과 교육에 적극적인 아빠를 둔 아이는 학업성취도가 높고, 사회성이 좋고, 결혼생활에 성공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 연구를 주도했던 로스 파크 교수는 이런 결과들을 ‘아빠효과’라고 말했다. 엄마가 대신할 수 없는,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은 아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결과다.
아빠의 양육 참여로 아빠효과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지만, 사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당사자인 아빠와 아내다. 아빠가 함께 양육을 하는 부부의 결혼만족도가 높다. 집안일과 육아를 혼자 감당하는 것을 둘이 하니 아내의 부담이 줄고 서로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나온다.
엄마가 부담이 줄어들고, 여유가 생기며 아이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남편에게도 편안하게 대하게 된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 소장, 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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