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38)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부부

배태훈 승인 2020.11.05 06:00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다르다’와 ‘틀리다’는 큰 차이가 있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한 것을 말하고,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는 것을 말한다. 틀리다는 옳고 그름의 상황에서 사용하는 말인데, 일상적인 우리말에서 다르다는 상황에서 틀리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우리 안에 나와 같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와 다르지만, 그 다름이 틀린 것은 아니다.

부부는 정말 다르다. 남자와 여자는 다른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염색체에는 ‘x’와 ‘y’가 있다. 이 두 개의 염색체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성별이 정해진다.

남자는 어머니의 ‘x’염색체와 아버지의 ‘y’염색체가 만나 ‘xy’가 되고, 여자는 어머니의 ‘x’와 아버지의 ‘x’가 만나 ‘xx’가 된다. 어머니에게는 x 염색체만 있어서 사람의 성별은 아버지의 염색체가 ‘x’냐 ‘y’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y염색체가 ‘남성’을 결정하는 염색체인데, 수정한 지 6주 정도가 지나면 y염색체에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테스토스테론’은 사람의 우뇌를 성장시켜준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남자가 왼쪽 뇌보다 오른쪽 뇌가 크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받지 않은 여자는 양쪽 뇌의 크기가 비슷하다.

좌뇌와 우뇌에 각각 특징이 있다. 오른쪽 뇌가 크다는 건 그쪽이 그만큼 발달했다는 것이다. 우뇌에는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보거나 어떤 그림을 떠올리는 기능이 있다. 대개 남자들은 하나밖에 모른다. 뭔가에 몰입하고 집중할 때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왼쪽 뇌는 말을 하거나 계산하는 일 같은 논리적인 기능을 한다. 왼쪽 뇌는 언어와 관련된 기능이 강하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있다고 할 때, 왼쪽 뇌는 이름을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오른쪽 뇌는 이름보다는 얼굴이나 모습, 그림 같은 걸 기억하게 한다. 말을 할 때도, 왼쪽 뇌는 단어를 많이 쓰는 기능을 하고 오른쪽 뇌는 몸을 움직이는 등의 기능을 한다.

왼쪽 뇌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래서 체계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성적으로 함께 풀어가려고 한다. 이게 바로 여성들의 방법이다.

그런데, 오른쪽 뇌가 발달한 남자들은 직관적이다. 직관적 판단에 의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논리적인 생각보다는 우스운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함께 해결하기보다는 혼자서 이런 방법, 저런 방법들을 해보고 제일 좋은 것들을 선정해서 통보한다.

이렇게 다른 존재가 어떻게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이성이 서로 호감을 갖게 되면 몸에서 도파민이라고 부르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게 뭐든지 다 좋게 보게 한다. 우리가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이야기하는데, 바로 그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생기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단점을 이야기하면서 안 된다고 하는데, 그 단점마저 좋게 보인다. 그래서 결혼을 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길게 가지 않는다. 보통 2-3년 정도라고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논리적인 사고력이 돌아온다. 그래서 내가 왜 이런 사람하고 결혼을 했지? 하는 생각을 한다. 가끔씩 ‘내가 미쳤지?’ 하는 말도 한다. 전혀 나하고 맞지 않는 사람하고 살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남자와 여자의 성향을 남편과 아내가 다 알고 있어야 한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자면, 먼저 여자의 성향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남자의 성향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한쪽의 성향만 알고 있으면 안 된다.

이런 선지식이 없으면 나하고 맞지 않는 부분을 ‘틀리다’고 생각한다.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틀렸어’라고 생각한다.

내 말이 옳으니까 내 말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 그런데 부부관계에서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리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물론 부부의 신뢰관계나 꼭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부부관계의 갈등은 그런 것보다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그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이 여자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대해주길 원한다. 반대로 남편은 아내가 남자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대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아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남편이 다 잘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남편 이야기를 들으면, 남편이 그리 잘못한 것이 없다. 입장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다. 악한 마음이나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서로 감정이 좋을 때나 한쪽이 감정 상태가 좋지 않지만 다른 한쪽은 괜찮을 때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둘 다 감정 상태가 좋지 않은 시점에 이런 부분들 때문에 화가 폭발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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