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훈의 행복이야기] (37)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배태훈 승인 2020.10.29 06:00 의견 0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꾸는 배태훈 소장의 행복이야기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다. 부부는 싸움을 해도 화합하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부부싸움을 하다가 이혼하는 가정이 많다.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에 가서 싸우고 곧바로 갈라선 부부도 있다고 한다. 이전 세대와 다르게 부부의 관계가 쉽게 무너지고 있는 시대이다. 이전 세대보다 요즘 부부의 갈등이 더 심하기 때문일까?

이전 세대에는 부부가 맞지 않아도 아내가 많이 참고 남편에게 맞춰주는 편이었다. 아내가 속앓이를 해서 화병이 나도 남편에게 맞춰주는 게 사회적 분위기였다.

그런데 요즘은 아내가 속앓이를 하면서 남편에 맞춰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다. 남편도 아내도 서로 이기기 위해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그러다 감정이 격하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부부의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부부의 갈등 중에 가장 힘든 부분이 의사소통(意思疏通)이다. 의사소통은 ‘사람들 간에 생각이나 감정 등을 교환하는 총체적인 행위’를 말한다.

의사소통에는 언어적 요소뿐만 아니라 행동, 자세, 얼굴표정, 눈맞춤, 목소리, 억양 등과 같은 비언적 요소도 함께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서로 교류가 일어나야 그 흐름이 원활하다. 의사소통에서 일방통행은 그야말로 다름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남녀가 사랑하고 잘 통(通)해서 결혼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참 많다. 성별, 성격, 기질, 문화, 상황에 따라 맞는 것보다 맞는 않는 것이 더 많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부부로 지낸다.

그러니 어떤 이는 부부로 지내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똑같은 이는 없다. 동일 인물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다. 내 삶에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똑같이 않다. 그러니 다른 이들과는 어떻겠는가?

부부 문제가 중요한 것은 부부관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부부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불안감이 다른 아이들보다 클 수밖에 없다. 또 가정과 이성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부부의 소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부부가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기만 하더라도 부부의 갈등이 많이 줄어든다.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정말 크다.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자라가 육식동물이라서 사람의 손가락을 잘라 낼 수 있을 만큼 이가 아주 강하다고 한다.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무서운 동물이기에 자라에게 물린 사람은 그게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다. 그래서 자라 등딱지랑 비슷하게 생긴 솥뚜껑만 보더라도 깜짝 깜짝 놀란다.

이 말은 과거 경험했던 위기,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을 영어로 ‘트라우마’라고 말하는데, 이와 비슷한 것이다.

좀 쉽게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는 대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경우나 전혀 모르는 경우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교통량이 많아 곳곳에서 차가 꽉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구급차가 경보음을 내면 구급차가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비켜준다. 꽉 막힌 상태에서 짜증이 나도 운전자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왜냐하면, 운전자들이 위급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지금처럼 구급차가 지나가도록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위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위급하지 않으면서 경보음을 내다가 경찰에게 발각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이 다 그렇다. 다른 사람의 위급상황에서 자신이 조금 희생하더라도 아량을 베풀게 된다. 그리고 마음에 흡족함을 느낀다.

부부관계에서도 배우자가 말과 행동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알면, 배려하고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그 상태를 나의 상황에 맞게 고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북한 속담에 “의가 없는 부부는 맞지 않는 신발과 같다”는 속담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발에 맞지 않는 신발처럼 늘 마음에 고통을 주게 된다는 말이다. 발도 고통을 받지만, 신발도 고통을 받는다. 부부관계는 한쪽만 고통을 받지 않고 서로 주고받는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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