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어른도 말하는 방법을 배운다
"오해가 없도록 명료하게 전달해야"
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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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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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 아이가 어릴 때 다니던 중앙아시아의 국제학교 마당에는 고양이들이 살았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먹이를 주고 가끔 새끼를 낳았다.
현지 겨울 날씨는 영하 10여도 아래까지 내려가 매우 추운 곳이기에 동물들이 야외에서 자라기는 가혹한 환경이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칠 때 데리러 갔더니 뒷 마당으로 끌어갔다. 그리고 고양이 두 마리를 보여주면서 ”아빠, 아이들 집에 데려가도 될까?”라고 물었다.
어린 자녀의 ”될까?”라고 주저하듯 묻는 말에 거절할 수 있는 아버지는 없을 것이다.
”가져갈께“라거나 단정적인 표현보다 강한 힘을 갖는다. 아내도 결국은 승낙해 한 번에 두 마리를 데려와 입양하게 되었다. 이후로 두 마리가 싱크로나이즈드 무용을 하듯 활기있게 움직이면서 집안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사회에서도 인간관계는 감정이 이성보다 앞설 때가 적지 않다. 영어로도 ”Would you like to“ 또는 “Would you kindly”라는 정중한 표현이 있다.
실제로는 과도하게 정중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의사를 물어 보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거절할 경우라도 좋은 감정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언어의 사용은 중요하다. 때로는 잘못된 언어의 교환 때문에 전쟁과 평화가 결정되기도 한다.
역사에는 폭력적인 언어 사용이 상대국을 자극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서도 외교관의 부정확한 언어 사용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오판을 불러왔다.
외교를 위한 언어는 단정적이지 않고 언제나 여지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외교관의 Yes는 Maybe로 그리고 Maybe는 No며 만일 외교관이 No라고 말하면 외교관이 아니라는 말은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결정적일 때에는 오해가 없도록 명료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틀림없다.
동국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외교안보전공, 성공회대 국제문화연구학과를 졸업했다. 외교부 입부 후 카이로 대학과 American Univ. in Cairo에서 수학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일본, 아랍에미리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근무했다. 주 카타르 대사로 퇴임했다.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과 카타르 국왕훈장(Sash of Merit)를 수여 받았다. 저술로는 '석유전쟁', '외교관 아빠가 들려주는 외교이야기', '마하나임'이 있다. '중동냉전과 나세르의 적극적 중립주의'등 논문도 다수 있다. 현재 한국외교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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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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