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 독도에 꽃밭을
나라와 영토는 무기만으로 지키지 못한다
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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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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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독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동해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 오른 동도와 서도의 장엄함에 감동을 받을 것이다.
1947년 8월 28일자 남선경제신문의 기사는 독도에 바다 소나무(海松)가 15~16그루 자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식물재배 환경을 보고 쓴 것으로 이 후 한국전쟁과 후유증으로 인한 관리 부실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국산악회의 독도표석 건립 70주년 기념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를 재조명하다' 세미나에서도 독도의 소나무 존재 가능성이 언급되었다.
현재 독도에 부분적으로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척박한 토질을 개량하면 이러한 복원사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간에는 꽃밭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스쿠버 다이버에 의하면 독도의 해저환경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다고 한다. 어종이나 해조류를 비롯해 해양식물이 풍부하고 잠수하고 싶은 매혹적인 장소라는 것이다.
우리 땅이며 자존심인 독도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추억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국토에 대한 애정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자란다.
만나지 못하고 같이 있지 못하면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 때문에 좋은 환경과 거주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이렇게 축적된 집단기억이 기록으로 남는다.
국민의 미시사가 나라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섬의 미관이나 거주 환경을 위해서 과거에 활발했던 동식물의 생태계를 다시 복원할 이유는 충분하다. 바닷새들도 더 많고 좋은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고 사라진 강치들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독도에 나무를 심으면 그늘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그늘 아래 젊은이들이 강치들과 헤엄치고 밤하늘 아래 야영을 하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정은 더 깊어질 것이다.
”아무런 조치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 대한민국의 것이니 그대로 보존만 하고 있으라“는 말은 거짓말이거나 모순된 말이다. 행동을 하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땅은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고, 아낄 수 있을 만큼 아끼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나라와 영토는 무기만으로 지키지 못한다.
동국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외교안보전공, 성공회대 국제문화연구학과를 졸업했다. 외교부 입부 후 카이로 대학과 American Univ. in Cairo에서 수학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일본, 아랍에미리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근무했다. 주 카타르 대사로 퇴임했다.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과 카타르 국왕훈장(Sash of Merit)를 수여 받았다. 저술로는 '석유전쟁', '외교관 아빠가 들려주는 외교이야기', '마하나임'이 있다. '중동냉전과 나세르의 적극적 중립주의'등 논문도 다수 있다. 현재 한국외교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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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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