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종칼럼]해외 근무자의 철학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분명한 철학 있어야"

정기종 승인 2024.09.12 06:20 의견 0
[정기종칼럼] 해외 근무자의 철학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한 세대 전 김포국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나갔던 사람들 대부분은 2001년 3 월 인천국제공항이 개장해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니 오디오와 텔레비전의 고품질에 놀라고 미국과 일본 상품에 주눅이 들어 있던 때였다.

정치와 경제에서 발전도상에 있었던 인내의 시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은 개인과 나라의 발전의지와 자존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해외 근무자들의 공헌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독일 석탄광산의 지하갱도와 병원, 그리고 베트남의 전쟁터와 열사(熱砂)의 중동까지 국내로 송금된 달러화에는 많은 해외 한국인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었다.

수출입국의 표어아래 종합상사로 불린 무역회사 주재원들과 출장자들이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오가면서 수주활동을 하던 시대다.

당시에 김포국제공항 옥상에는 활주로가 바라보이는 송영장이 있었다. 여기서 환송객들은 떠나는 비행기를 볼 수 있었고 그 때문에 더욱 이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배웅 나오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두 분의 눈물을 뒤로하고 출국장으로 들어간다. 앞으로 인생의 상당 부분을 외국에서 보내게 되는 삶의 무게감을 아직은 실감하지 못하는 시간이다.

가족의 병상을 지킬 수도 부모님의 임종 순간을 함께 해드리지 못할 수도 있다.

미지의 세계를 앞두고 긴장감과 임무의 중압감도 크다. 젊은이들은 꿈과 희망이 있기에 부모와 자녀를, 때로는 연인을 뒤로하고 출국 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이유에서 또는 국가적인 이유에서 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미시사와 국가의 거시사는 역사를 만드는데 모두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베틀의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면서 개인과 국가, 그리고 세계의 역사를 짜내려 간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경이적인 발전으로 선진국가로 도약했다.

그러나 지금도 국제사회에는 낙후된 환경의 국가들이 많이 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열악한 시설의 국제공항이 있고 과거에는 비행기까지 짐을 들고 활주로를 걸어가 탑승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는 좌석표가 없이 선착순으로 기내좌석에 앉기도 했다. 국내와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 어려움을 이기고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철학이 필요하다.

개인과 가족 그리고 소속한 회사와 나라의 번영과 행복을 위해서, 나아가서는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보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있으면 일은 쉬워지고 결과는 만족스러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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