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차석록 승인 2024.03.05 23:44 의견 0
[마곡로]슬기로운 의사생활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퇴근해 들어갔더니, 집 사람이 몇년전 재미있게 봤던 TV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온라인동영상(OTT)으로 다시 보고 있었다.

"왜 봤던거를 또 보냐?" 물었더니, "재미 있어 다시 본다"고 말했다. 앉아서 순식간에 한 편을 같이 봤다. 나 역시, 전에 봤던 내용이지만 재미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개성 뚜렸한 의사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그 안에서 꽁냥꽁냥 사랑 이야기도 있고, 이런 저런 불편한 현실을 슬기롭게 돌파하는 모습도 그린다.

그러나, 드라마의 핵심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이다. 그런 의사들에게 환자나 보호자들은 "의사 선생님, 고맙습니다"며 진심으로 감사해 한다.

슬기로운 의사 선생님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그 뿌듯함에 의사로서의 긍지와 사명감을 이어간다.

마침 내가 본 편에는 공부만하고 의사로서 임무에 충실하다보니 세상물정 몰라 전세사기를 당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 의사는 자린고비라는 비아냥 거림속에서도 10년 적금을 부어 1억원을 손에 쥐며 기뻐하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 세계와는 다소 동떨어진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닥터들은 최소 1~2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얼마전 강원도의 한 의료원은 응급의사가 없어 연봉 3억원에서 1억원을 올려 4억원을 내걸었고, 그나마 필요 인원 3명도 채우지 못하고 단 1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는 보도가 있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로 의사들과 정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죽어나가는 거는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환자들이다.

옆에서 보면, 정부는 이 사태에서 양보할 기미가 없어 보인다.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의사들을 몰아 붙이니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욕은 의사들이 다 먹고 있다. 그 이유는 의사들의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지켜주는 본분을 벗어나 '밥그릇'을 지키려는 의사들의 슬기롭지 못한 모습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은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인구소멸에 따라, 지방 대학은 학생이 없어 문을 닫고 있다. 학내에서는 취업이 어려운 학과의 간판을 내리고 있다. 의대 증원이 꺼져가는 지방대를 살릴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의사들이 필요하다. 의대 증원 2000명 이라는 숫자는 적절할 수 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봐야 정답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만일 의사들의 주장대로 과잉이라면 다시 줄이면 된다.

한 40대 의사 선생님은 이런 말을 했다. "선배들에 비하면 지금 버는 수입은 많지 않다."

난 개인적으로 일부 의사들의 수입이 과도하다고 본다. 왜? 지금 대한민국의 0.1% 인재들은 모두 의대로 몰리고 있다. 돈 잘벌고 결혼도 잘하고, 거기에 정년도 없고 존경까지 받는다.

그러나 의사들이 대한민국을 다 먹여 살리지는 못한다. 인재들이 공대도 가고, 인문대도 가고, 사대도 가고 골고루 퍼져야 나라 전체가 균형 발전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들도 할 말은 많다. 그러나 머리 좋고 공부 잘한 의사 선생님들이 환자를 버리는 행동은 어리석다. 의사들의 파업은 노동계와 다르다. 생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투쟁을 하더라도 환자를 지키면서 해야 한다. 지금의 모습은 존경받는 의사 선생님이 아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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