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차석록 승인 2022.09.10 07:20 의견 0
[마곡로]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9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직접 뵌 적이 있었다.

지난 1996년 한라그룹은 영국 웨일즈에 중장비 공장을 착공했을 때다. 그때 나는 취재기자로 현장에 있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런던에서 무려 5시간 걸려 차를 타고 왔다. 경호원도 없었다.

착공식에서 여왕은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준 당시 정인영 창업회장과 한라그룹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여왕은 피곤의 기색도 없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한국의 기업인과 손님들을 맞아주었다.

영국 여왕은 직접 통치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국인들의 정신적 지주이다. 대외활동과 사회공헌활동을 주로 한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다. 여왕의 장례기간이 오는 18일까지 열흘간 이뤄지는 것도 존경을 받기 때문이다.

영국내 뿐만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우아함과 위엄, 헌신으로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고 애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왕은 아낌없는 봉사의 삶을 살았다"며 "의무에 헌신한 본보기"라고 전했다.

9월9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99년 방한 당시 서울미동초등학교에서 환영을 받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역사에도 훌륭한 여왕이 있다. 신라시대 최초의 여왕이었던 선덕여왕이다.

삼국유사에는 선덕여왕에 관한 일화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향기 없는 모란'이다. 당태종이 진홍색, 자색, 흰색의 모란이 그려진 그림과 씨앗을 보내왔다.

선덕여왕은 그림을 보고 “이 꽃에는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씨앗을 심어서 꽃이 피었지만 정말 향기가 없었다. 이에 선덕여왕은 “꽃 그림에 나비가 없었다. 이는 남편이 없는 나를 희롱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도 여성을 비하했던 풍조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선덕여왕은 신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시기에 즉위하여 선정(善政)을 베풀고 불쌍한 사람들을 돌봤다. 자장법사를 중심으로 한 호국 불교를 장려하여 백성들의 민심을 안정시켰다.

또 당나라에 젊은이들을 유학 보내 선진 문물을 도입해 삼국통일을 이룩하는 기틀을 만들었다.

유교를 국교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아예 여왕이 없던 시기다. 조선 500년은 오히려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다.

유교 경전에는 남자는 이끌고 여자는 따른다는 ‘남수여종(男帥女從)’, 여자를 남자의 종속적인 위치로 설정한 ‘삼종지도(三從之道)’, 아내는 반드시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여필종부(女必從夫)’ 등 수두룩하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남존여비의 극치다.

우리 사회에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면서 남자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치에서도 존경받는 여성 정치인들이 쏟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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