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당신은 대합실에 사는가?

차석록 승인 2020.11.10 07:56 의견 0
마곡로 - 당신은 대합실에 사는가? [그래픽=차민수기자]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요즘 지인들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주제가 집값이다.

집값이 왕창 오른 사람은 표정관리에 급급하다. 무주택자는 물론 오르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오르신 분은 현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해 울분을 토한다.

정부가 미친 전세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임대차 3법'으로 웃지 못할 일이 주변에서 벌어졌다. A씨는 요즘 핫플레이스인 경기도 김포에 10년 가까이 분양가를 회복하지 못했던 아파트를 전세놓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웃에 새아파트가 들어서고 도시철도가 개통되면서 분양가를 회복했다. 좀 더하면 비규제지역이라 서울의 전세난을 피해온 풍선효과다.

A씨는 돈이 필요해 집을 팔려고 세입자에게 이사를 정중히 요청했다. 그런데, 세입자가 임대차 3법을 운운하면서 버팅겨 감정이 많이 상한 상태다. 약이 오른 A씨는 변호사까지 선임하면서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을 처분하려고 한다.

그런데, 세입자와 "나가라", "못 나간다"로 실랑이를 펼치는 동안 집값이 1억원 이상 오르면서 오히려 세입자가 고마워 미칠 지경이다.

반면 세입자도 미칠 지경이다. 이미 주변 집값은 물론 전세가도 크게 올라 이러지도 못하고 있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그저 버팅기는거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속출하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그저 전정권을 탓하거나 또 다른 대책을 만들 궁리만하고 있다.

빌라에 월세로 살며 평생을 건축의 사회적 양심과 나눔의 건축을 실천하다 간 고(故) 정기용 건축가.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다.

특히,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남 봉하마을 사저를 흙, 나무 등 자연 재료를 사용해 설계한 생태건축의 대가다.

정기용 선생은 생전에 사람들에게 "당신은 대합실에 사는가?" 라고 묻곤 했다. 거주의 가치보다는 부동산의 가치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의 눈에는 인간의 삶을 살기위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르면 팔기위해 늘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는, 그래서 사는 것이 아닌 대기하는 '대합실'과 마찬가지로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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