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보일러와 안마의자

차석록 승인 2020.10.06 10:31 의견 0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후배인 Y는 며칠전 추석을 맞아 홀어머니가 계시는 고향을 찾았다. 함께 TV를 보던중 요즘 가장 핫한 BTS가 출연하는 안마의자 CF가 나오자 그의 어머니는 "나도 저거 하나 사달라"고 하셨다.

안마의자가 수백만원하는 고가라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홀어머니가 얼마나 갖고 싶으셨으면 자식에게 말씀을 하셨을까하는 생각에 Y는 지갑을 열었다.

나는 부모님들이 계시지 않아서 인지 무심히 본 TV CF였는데,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있는 자식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받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바라는게 있으시면 "옆집 철수 할머니는 아들이 ㅇㅇ를 사줬다고 하더라."" 앞집 영희네는 딸이 동남아여행을 보내줬다고 하더라"는 우회적인 말로 잠자고 있던 자식들의 효심을 일깨웠는데, 요즘은 직설화법을 쓰시나보다.

지난 1991년부터 96년까지 총 5편의 광고캠페인을 진행해 주목을 받았던 경동나비엔의 보일러 광고[사진=경동나비엔 제공]


그러고보니 약 20여년전 빅히트를 쳤던 보일러광고가 떠 올랐다.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 카피로 잘알려진 경동나비엔의 효심광고다.

이 광고는 지난 1991년부터 96년까지 총 5편의 광고캠페인을 진행했다. 경동나비엔의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매출 효자가 되었음은 물어보나 마나다.

라면회사인 오뚜기는 지난 2018~2019년에 인기 영화배우 황정민을 내세워 "아버님댁에도 '진짬뽕' 놔드려야겠어요"로 패러디해 역시 짭잘한 재미를 봤다.

기업의 광고(카피)는 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20여년전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는 농촌의 불편한 생활을 간파했고, 안마의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이 어르신들의 가장 큰 관심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추석연휴기간 이동인원이 3116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추석보다 3.1% 줄기는 했지만 민족의 대이동이다. 고속도로 통행량은 총 2628만대로 오히려 3.4% 증가했다.

주변을 보면 추석연휴기간 코로나19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모님이 계신 고향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한 정부 정책효과도 있었지만, 전국 관광지가 북적거린 것을 보면 누군가에는 핑계거리가 되지않았나 싶기도 하다.

벌써 아침 저녁 쌀쌀해진 날씨다. 부모님들은 추석 송편보내고 비싼 안마의자를 받기 보다는 자식들의 얼굴 한번 더 보는게 더 귀한 추석선물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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