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ESG트렌드] (23) 종이와의 전쟁 - 페이퍼리스(paperless)

매년 종이통장 제작에 30년 나무 2857그루 잘라져

전채리 승인 2021.02.24 17:18 의견 0
'페이퍼리스'는 종이가 없는 환경을 의미한다. [그래픽=전채리기자]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종이와의 전쟁, 페이퍼리스(paperless)"

디지털시대가 가속화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유통업계, 교육계 등 모든 분야에서 종이가 사라지고 있다.

주민센터를 방문해 발급받던 주민등록등본은 이제 온라인으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되었고, 알뜰살뜰 '저축의 상징'으로 대접받던 종이통장은 이제 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 5대 은행의 종이 통장 발행량은 연 3000만개를 밑돈다.

또 보관이 불편한데다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종이영수증은 '모바일 영수증'으로 대체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 Green Wave(그린웨이브)’를 통해 마련한 기부금 1억원을 해양환경 정화 활동과 저소득가정 아이들 외투 전달 등에 사용했다. [그래픽=KB국민은행]

추억의 종이통장

은행에서 예금이나 적금을 가입하면 자동으로 발급되던 종이통장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통장개설이나 상품가입을 위해 작성하는 문서 또한 전자 서식으로 대체해 보관한다. 영업점을 찾은 고객은 종이서류 없이 태블릿PC로 간편하게 상담을 받고 서명하면 된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KB 그린 웨이브'을 통해 종이통장 줄이기, 전기사용 줄이기, 일회용품 줄이기 등 고객과 함께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종이사용을 줄이기 위한 '종이통장 미발행 이벤트', 에너지 절감을 위한 'KB슬전생(슬기로운 절전 생활)'과 '일회용품 및 소모품 줄이기'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실천했다.

또 KB국민은행은 'KB 그린 웨이브'를 통해 절감한 비용 1억원을 비영리 재단법인 해피빈에 기부하는 성과를 거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들이 쌓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캠페인을 계속 이어가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8월 신한은행은 친환경 캠페인 '신한은행과 함께하는 종이절약 지구살리기 운동'을 진행했다. [그래픽=신한은행 제공]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신한은행과 함께하는 종이절약 지구살리기 운동'을 진행했다. 은행 업무상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종이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친환경 캠페인이다. 종이통장을 모바일통장으로 바꾸면 포인트를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등 고객과 직원이 함께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매년 종이통장 제작을 위해 30년산 아름드리나무 2857그루가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객과 직원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 활동을 지속해 환경 보호 운동해 적극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우리은행은 영업정 창구에서 종이 서류를 없애고 모든 문서를 전자로 처리하는 100% 전자화 시스템을 은행권 최초로 도입했고 하나은행은 종이통장 미발행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직원이 스마트 영수증과 종이 영수증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제공]


모바일영수증

유통업계 또한 '페이퍼리스'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H&B스토어 대표주자 CJ올리브영은 2015년부터 상품 구매 시 CJ통합 멤버십 CJ ONE의 모바일 앱을 통해 전자영수증이 자동 발급 되는 '스마트 영수증'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영수증은 지난해 3월까지 누적 발행 건수가 1억건을 돌파하며 1억장 이상의 종이 영수증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 받아 CJ올리브영은 UN이 선정한 국제 친환경 기준 및 가이드라인인 'GRP'(Guidelines for ReducingPlastic Waste) 우수 등급(AA)을 획득하고 UN이 주재한 국제 세미나에서 대표적인 글로벌 ESG 우수 사례로 소개되는 쾌거를 이뤘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까지 종이영수증 발급 '제로화'를 목표로 전자 영수증 발급 서비스를 전면 도입했다. 종이 영수증 대신 모바일 영수증을 자동 발급하고 있고 매장 내 각종 종이 가격표도 전자 가격표시기 등으로 대체할 전망이다.

또 2017년부터 모바일 영수증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는 이마트는 모바일 영수증 발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친환경 쇼핑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종이 영수증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카드 영수증 출력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영수증이 필요하지 않은 고객은 아예 영수증을 출력하지 않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카드 가맹점들이 결제 뒤 종이 영수증 발급 여부를 선택할 수 없었지만 지난해 관련 법 개정으로 영수증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만 선택적으로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카드업계는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영수증 발급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 화면 [사진=에듀넷 티클리어 디지털교과서 활용 안내 동영상 캡처]


디지털교과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 수업이 늘어나면서 '페이퍼리스' 바람은 교육계에도 불었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디지털교과서는 교과 내용 중 멀티미디어 자료와 평가 문항, 보충·심화학습 자료, 용어 사전 등 학습자료와 지원 및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교과서다. 지난 2014년 연구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적용을 거쳐 2018년부터 일반학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현재 디지털교과서는 초등 3~6학년과 중학교 1~3학년 사회·과학·영어 교과목과 고등학교 영어 교과목에서 총 134종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디지털교과서 이용자수는 2019년 26만931명에서 2020년 97만3771명으로 2.7배 이상 늘었다. 내려받기 건수는 396만7027건에서 1612만4612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의 활용 방법을 공유하고 발전적 아이디어를 모색하기 위해 비대면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사전 신청한 교원, 학생, 학부모, 예비교사 등 200여명이 실시간 화상으로 참여해 디지털교과서의 다양한 활용 방법과 우수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 개선 사항 등을 논의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디지털교과서가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디지털교과서의 혁신과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지지 및 활용을 바탕으로 교육의 디지털화에 기여할 수 있는 관련 정책을 두루 살펴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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