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년이다. [그래픽=전채리기자]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 요즘 부쩍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실리콘 지퍼백'을 구입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점심시간에 식당을 찾는 대신 도시락을 챙겨 다니고 있다. 식사류가 아닌 과일이나 간단한 간식을 담을 때는 부피가 큰 도시락 통보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자주 애용하곤 했는데 비닐은 한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하기에는 찜찜하고 그냥 버리자니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대안이 바로 실리콘 지퍼백이다.
A씨가 버린 일회용 비닐봉지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년이다.
비닐은 재활용 품목 중에서도 가장 골치가 아픈 품목이다. 이물질 오염 등으로 재활용률이 낮을뿐더러 오염 물질을 다른 품목에도 묻게 만들어 함께 재활용률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종이봉투, 장바구니, 실리콘 지퍼백 등 비닐의 대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친환경 실리콘으로 만든 지퍼백 [사진=실리밀리]
▶모래에서 추출된 실리콘으로 만든 지퍼백
A씨가 비닐봉지의 대안으로 선택한 지퍼백은 모래에서 추출된 친환경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졌다. 100% 식품등급 실리콘을 사용했고 냉장·냉동 보관과 전자레인지, 오븐, 식기세척기 사용이 모두 가능하다.
가격은 사이즈와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5000원부터 1만3000원 선으로 일회용 비닐이나 지퍼백보다 비싸지만 오래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A씨는 "실리콘 지퍼백은 매번 세척해야 하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비닐을 사용할 때보다 죄책감이 덜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생각보다 예뻐서 마음에 든다"고 귀띔했다.
편의점 CU는 내년 4월까지 모든 점포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봉투로 전면 교체할 계획이다. [사진=CU]
▶편의점도 비닐 OUT..친환경봉투·종이 쇼핑백으로 대체
예전에는 뭔가를 사면 까만 봉지에 담아야 했지만 이제는 종이봉투나 개인용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졌다.
지난해 4월 전국 대형마트와 대규모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 사용을 전면 금지한데 이어 편의점도 비닐 줄이기에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에서 소비되는 비닐봉지는 연간 약 6억장에 달한다. 이는 20피트 컨테이너 약 1300개 물량이다.
지난 8일 CU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모든 점포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봉투로 전면 교체한다고 선언했다.
CU에서 도입하는 친환경 봉투는 환경부의 인증을 받은 봉투로 식물성 생분해 소재로 만들어져 58℃ 토양에서 180시간 이내에 생분해된다. 가격은 100원이다.
CU는 지난 4월 전국 150여개 직영 점포에 친환경 봉투를 도입한 바 있다. CU는 친환경 봉투와 비닐봉지를 병행해 사용하는 기간을 거쳐 내년 4월까지 이를 전국 1만5000여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에 대해 CU는 "연간 약 9000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약 3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친환경 봉투 정책은 환경적인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편의점 GS25는 2018년 업계 최초로 종이 쇼핑백 사용에 돌입했다. 이전에는 비닐 쇼핑백만을 판매해 왔지만 종이 쇼핑백을 내세우며 고객 선택권을 늘린 것이다.
당시 GS25는 비닐봉지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기 위해 종이 쇼핑백을 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친환경 폴리백, 종이 아이스팩
잘 썩지 않아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떠오른 비닐은 곳곳에서 퇴출되고 있다.
먼저 지난 8월 현대홈쇼핑은 의류 배송에 사용되는 비닐 포장재인 '폴리백'을 친환경 소재로 바꾼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은 친환경 폴리백을 자체브랜드(PB) 제품에 우선 도입하고 올 연말까지 적용 브랜드를 늘려 전체 패션 상품 배송에 사용되는 폴리백 240만장의 절반을 친환경 폴리백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제품 포장재에 들어가는 플라스틱과 비닐 대신 종이와 친환경 소재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출시되는 각종 제품 포장재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퇴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제품 패키지에서 이어폰과 케이블을 감싸던 비닐을 종이와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벽배송에 쓰이는 비닐 또한 줄어드는 추세다.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에서 신선식품 배송에 사용하는 아이스팩은 100% 물을 얼린 '종이 아이스팩'이다.
종이 아이스팩 안쪽은 생분해성 코팅을 적용해 물이 새지 않는다. 버릴 때는 아이스팩을 찢어 물을 따라 버리고 포장은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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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경제뉴스
전채리
cherryj@nanu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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