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ESG트렌드] (20) 생산과정까지 생각하는 '공정무역 소비'

노동력이나 임금착취 기업 제품 거부하는 윤리적 소비 확산

전채리 승인 2021.01.19 16:42 의견 0
생산과정까지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가 늘고 있다. [그래픽=전채리기자]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여기 공정무역 원두로 만든 커피인가요?" 윤리적 소비를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 카페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최근 들어 동물 보호를 추구하며 동물 모피(fur)로 만든 제품을 사지 않고 오너 일가의 갑질 사태가 논란이 된 기업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 추세다. 생산과정까지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브랜드 나이키는 1990년대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 하도급 업체가 아이들의 노동을 착취한 것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당시 파키스탄과 인도 아이들이 하루 14시간 동안 손으로 바느질해 축구공을 만들고 일당 1달러도 받지 못하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나이키는 노동자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하청업체까지 사회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의류 업계에서 이루어지는 부당한 임금 지급이나 착취, 아동 노동 등을 방지하고 직원들의 생활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2014년 공정 무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공정 무역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즉 기존 임금을 생활 임금에 가깝게 만들면서 근로자들의 근본적인 삶의 질 향상과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앞장선 것이다.

현재 파타고니아는 모든 상품을 공정 무역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활 임금과 복지 개선을 중요하시하는 파타고니아의 기업 철학이 반영됐다.

이처럼 공정무역은 개발도상국 노동자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 빈곤을 극복하게하고 불공정한 무역구조에서 발생하는 개발도상국의 부의 편중, 노동력 착취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소비운동이다.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공정무역 [그래픽=공정무역인증마크]


▶공정무역 인증

공정무역인증(Fairtrade)은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상품에 대해 부여하는 국제 인증이다.

기존 국제무역 방식에서 소외된 생산자들에게 건강한 노동환경을 제공하고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로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또 △아동노동 금지 △여성노동력 차별 금지 △EU에서 금한 농약 사용 금지 △GMO 금지 등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실천하는 소비를 뜻한다.

국제공정무역기구(FLO)는 1997년 독일에서 최초 설립되어 전세계 34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75개국 생산자 단체와 노동자 및 기업, 소비자들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기관이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2011년 개소해 지속적인 공정무역 활성화를 목표로 제조업체 인증, 기업지원 B2B 서비스 등 공정무역 관련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1호 녹색특화매장으로 지정된 올가홀푸드 방이점 전경[사진=풀무원]


▶MZ세대 겨냥한 유통업계

우리나라에서는 식품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공정무역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다.

풀무원 계열의 올가홀푸드는 2009년부터 공정무역 인증 상품을 지속적으로 취급·판매해오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기준 초콜릿, 향신료 등 글로벌 10개국 45개 품목군으로 국내 친환경 식품 유통 기업 중 가장 많은 상품을 선보였다.

이로 인해 실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면서 2018년 올가의 공정무역 인증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63%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5월에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와 함께 '공정무역 캠페인'을 진행했다.

올가홀푸드 방이점에서 진행된 이번 캠페인은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 및 저변 확대에 앞장서기 위해 기획됐다.

올가홀푸드는 유기농 초콜릿, 공정무역 잼, 유기농 차 등 이력추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되고 근로자의 권리 보호와 지구 환경 기여를 통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한 공정무역 인증 상품을 선보였다.

마켓컬리는 2020년 11월 한 달 간 ‘착한 소비’ 테마관을 운영했다. [사진=마켓컬리]


이어 지난해 11월 마켓컬리는 '공정무역'과 함께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동물을 보호하는 '비건상품' 등 윤리적 소비를 돕는 상품을 모아 '착한 소비' 월간 테마관을 운영한 바 있다.

마켓컬리는 △아동들의 노동 없이 생산된 카카오만을 사용해 만든 코코아 △유기농 환경에서 윤리적으로 경작된 유기농 차 등 개발도상국의 생산자와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 상품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사용 후에도 쓰레기가 남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상품과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고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비건 상품도 함께 소개됐다.

유통 대표기업 이마트 또한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현재 전국 30여개 매장에서 공정무역, 비건, 코셔, 할랄 등 인증을 받은 식품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등 가치소비 식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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