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ESG트렌드] (21) 밀가루, 버터, 달걀 없어도 맛있는 '비건빵'

전채리 승인 2021.01.21 16:34 의견 0
'비건빵'은 식물성 재료들을 사용해 만든 빵이다. [그래픽=전채리기자]


이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는 시대다. 소비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다.

MZ세대는 구매하려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지를 따진다. 단순히 싸고 좋은 물건이 구매를 결정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소비를 한다.

나눔경제뉴스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함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평소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 A씨는 요즘 비건빵에 푹 빠졌다. 체중조절을 위해 식단을 관리하고 있지만 빵을 아예 끊을 수는 없어서 비건빵을 찾게 됐다.

A씨는 "기존 빵보다는 풍미나 식감이 떨어지지만 나름 맛있었고 무엇보다 칼로리가 낮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하려면 '수강신청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빵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건빵은 주로 빵에 들어가는 밀가루와 버터, 우유, 달걀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빵이다. 대신 쌀, 호밀, 현미, 두유, 카놀라유 등 순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한다. 또 대부분의 비건빵에는 방부제나 화학첨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즉 식물성 재료들을 사용해 만든 '채식주의자를 위한 빵'인 셈이다.

▶비거노믹스의 등장

국내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인구는 1억8000만명으로 달한다. 이중 완전 채식주의자인 비건은 약 30% 정도다.

업계에서는 국내 채식인구를 150만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인구가 2008년 10만명에서 2018년 150만~200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약 10여년만에 20배나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국내 채식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비건 관련 산업도 함께 급성장했다.

비건은 고기나 생선뿐만 아니라 모든 우유, 달걀, 꿀 등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먹지 않는 채식을 의미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먹는 것뿐만 아니라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동물성 식품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등 모든 분야에서 동물로부터 유래한 성분을 이용한 제품을 쓰지 않는 윤리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비건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비건(vegan)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비거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스무디킹에서 출시한 비건 베이커리 [그래픽=신세계푸드]


▶새벽배송, 비건 마카롱 등 발빠른 유통가

이처럼 비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통업계 또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스무디킹은 달걀, 우유, 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베이커리' 2종을 출시했다. '비건 애플 크럼블 케익' '비건 초콜릿 칩 머핀' 등이다. 두유, 카놀라유 등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영국채식협회로부터 비건 베이커리 인증을 받았다.

비건 베이커리 전문 업체 더브레드블루는 지난 8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온라인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퀵서비스 배송에 대한 고객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를 전환했다.

조인앤조인에서 판매하는 비건 뚱카롱 [사진=조인앤조인]


조인앤조인에서 주력으로 하는 '비건 뚱카롱'은 지난해 8월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비건 뚱카롱'이 출시된지 2년만이다. '비건 뚱카롱'은 머랭에 사용되는 달걀 흰자 대신 병아리콩을 활용해 같은 식감을 구현했다.

또 프렌차이즈나 대형업체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비건브라우니, 비건식빵, 비건쿠키 등 다양한 종류의 비건 디저트를 선보이며 비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비건 고객뿐 아니라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있는 고객들도 비건 디저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다이어트로 빵과 탄수화물을 멀리하는 고객들까지 비건빵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라며 비건 디저트의 높은 시장 가능성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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